한때, 부러움을 샀다

1. 배부른 투정을 할 때

by 스토


엄마가 병에 걸려 아픈 후배가 있었다. 후배는 나를 몹시 부러워했다.

건강하게 살아 계신 양가 부모님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친구들도 일찍이 노후 준비를 마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양가 부모님이 있는 것을 부러워했다.

친구들의 부추김에 나도 그런 부모님들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을 돌봐야 할 일이 생겼다.

이른 아침, 늦은 밤에 걸려오는 전화에 경기하듯 일어나는 일이 늘어났다.

노환이 깊어지자 부모님의 일은 오롯이 자식의 일이 되었다.

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다녀와서 집으로 돌아갈 때면 힘이 들어 계단을 터덜터덜 걸었다.

자식 다 키워서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는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아이들이야 귀여운 데다 점점 자라나는 맛이 있어서 보람찼는데, 부모님은 날이 갈수록 힘이 들었다.

게다가 친정, 시댁으로 돌봐야 할 부모님이 네 분이니 몸도 마음도 분주했다.

이대로 중년의 시간을 다 보내고 노년을 맞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아빠는 허리를 다치면서 노환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평소에도 천식 때문에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녔는데 허리 수술을 하면서 아빠에게 필요한 돌봄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도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졌다.

아빠를 돌보느라 연로한 엄마는 늘 고생이고,

시어머니의 노환에 시아버지의 노환은 꾀병 취급을 받았다.

모두 힘든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자식들은 총출동이 되었다.

친정에 시댁까지 매일 매일이 노인들의 일에서 벗어나는 날이 없다시피 했다.

안타까운 맘이 가득하면서도

난 늘 아빠와 대치하듯 맞섰다.

아빠는 자꾸만 자꾸만 병원에 가자고 하는데 병원에서는 그저 노환이라니

가봐야 소용 없다고 설득하는 것이 지겨웠다.

아빠는 자꾸만 자꾸만 큰 침대를 사야한다는데

아무 필요가 없는 요구라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는 것도 괴로웠다.

그런 모습을 본 엄마는 자식 고생시킨다며 아빠를 미워하고,

남편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의 노쇠함도 저주하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웠다.

집안일과 시아버지를 맡고 있던 시어머니 역시 자신의 노환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자 자꾸만 눈물을 흘리셨다.

자식들 고생시키는 것이 아픈 것 못지않게 힘든 모양이었다.

그 뒤에서 여전히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시아버지에 대한 맘도 아빠와 다르지 않았다.

두 분 아버지에 대해서는 적을 대하듯 대치되는 감정이고

두 분 어머니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에 나의 적대감을 보이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런데 언제든 부모님에 대한 맘은 양가적이다.

무섭게 밉다가도 무섭게 안타까운.

늙은 부모 앞에서 자식은 강자다. 그래서 돌보는 것에 소홀하면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진다.

돌아가시면 나의 생각과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고

그 후회는 절절한 아픔으로 남을 것이 뻔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밀려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었다.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부모님 돌보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데도 늘 부족한듯 하여 벅찼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했다.

나를 부러워했던 친구들은 그 순간 모두 생각이 바꼈다.

‘이제 와 보니 네가 제일 힘들겠구나’ 했다.

그러면서 위로의 뜻으로 커피 쿠폰을 보내고, 힘내라며 통닭 쿠폰도 보냈다.

그 커피를 마시며 가끔 숨을 돌리고, 통닭 뼈를 바르며 다시 '아자'를 외치는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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