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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 Jul 04. 2024

핸드폰 하나 떠나보내며

핸드폰을 바꿨다. 5년째 같은 아이폰을 쓰고 있었는데 새 아이폰으로 바꿨다. 바꾸고 싶은 맘은 전혀 없었다. 남편이 바꿀 때가 되었으니 알아보러 가자고 했다. 가서 보더니 본 김에 하자고 했다. 그저 따라갔다가 바꾸게 된 것이다. 

신상 아이폰은 남편이나 아들 것처럼 컸지만 티타늄이라서 가벼웠다. 가볍다는 것에 안도하며 바꾸는 것에 동의했다. 터치감도 더 부드러워지고 화면도 훤하니 좋았다. 저녁 내내 은행 앱이나 증권 앱에 새로운 페이스 아이디를 등록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아무 문제 없이 끝나는 듯했는데 새벽이 문제였다. 

새벽에 눈이 떠지면 핸드폰으로 시간과 날씨를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새로 바뀐 핸드폰이 낯설었다. 어딘지 서운하고 허전한 느낌. 난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새로운 물건이 내게 다가오면 이런 느낌을 느끼곤 했다. 서운하고, 허전해서인지 알 수 없는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내가 왜 멀쩡히 쓰던 전화기를 바꿨을까 후회가 되었다. 왜 떠나보내는 아픔을 자처했을까. 그러지 않아도 떠남이 만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슬픔이 더 차오르기 전에 나의 감정을 다독이고, 추스르기로 했다. 

난 새 집에 이사를 와서도 한동안 힘이 들었다. 낯선 동네, 낯선 집, 너무 멀어진 낯선 거리감. 그런 것들로 인해 집안에 있으면서도 편안하거나 안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졌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게 마련인 것이다. 난 그 시간을 경험했고,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것임을 믿기로 했다. 

아들은 핸드폰을 5년 썼으면 오래 쓴 거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나는 아들도 믿고, 시간도 믿고, 나의 경험도 믿는다. 나는 자꾸 내게 그렇게 말해주며 괜찮다고 했다. 


핸드폰 하나 떠나보내며 이런 다짐을 하다니, 이러는 내가 부끄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나니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말하기 힘든 자신만의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약점들이 모여 서로를 다독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거 아닐까. 

난 다시 내게 말한다. 다 괜찮고, 괜찮아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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