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밤이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지금 이 시간. 옛날에 2AM이라는 JYP 소속의 발라드 그룹이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룹을 왜 이렇게 지었냐는 질문에, 박진영 씨가 새벽 2시가 사람이 가장 감성적인 시간이 된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누군가는 내가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 대해 '감성'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배가 고프다. 지금 이 시간은 내게 감정적인 순간보다는 이성적인 순간에 가깝다.
"먹어, 말어?"
둘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내게는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물론 아무 약속 없는 일요일 오전, 얼떨결에 일찍 일어나버린 상황에서 "이왕 깬 거 일어나 볼까, 혹은 그냥 더 잘까"하는 순간에서의 선택은 언제나 망설임 없이 후자인 편에 속하지만 말이다.
30년을 살아오면서 삶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 나는 날씬한 편보다는 통통 혹은 뚱뚱한 편에 속한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20대 초에 지독하게 다이어트를 한 탓에 잠깐이나마 날씬했던 적은 있었지만, 결국 익숙했던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이제는 건강 생각해야지?"
20대에 이런 말을 들었을 땐 괜한 잔소리처럼 들렸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싫은 소리 정도로 느껴지진 않는다. 사람 일은 겪어봐야 안다고, 30대가 돼보니 20대 시절에 비해 회복력이 어딘지 더뎌진 것만 같은 느낌이 확 와 닿았다. 이 점이 지금 내 무게를 30대의 내 몸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탓인지, 아니면 남들 말처럼 30대가 되니 자연스레 몸이 바뀐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둘 중 뭐가 맞는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내가 살을 빼 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금연과 다이어트를 둘 다 성공한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독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만큼 '다이어트'는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자체가 삶의 큰 도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큰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자, 그럼 본질적으로 살은 왜 빼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건강'이 큰 이유일 수 있다.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두 번째로는 '만족감'일 가능성이 높다. 타인에게 멋있거나 이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다거나 혹은 거울 앞에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가 "나도 나름 괜찮은걸?"과 같은 성취감.
그러나 "그래, 이제 정말 다이어트를 시작할 거야"와 같은 굳은 결심은 며칠을 못 가서 중단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오늘 하루 종일 고생하느라 칼로리 소비가 많았을 텐데, 이거 하나 먹더라도 괜찮을 거야" 혹은 "내일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늘이 내 생에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내게 주어진 행복을 느껴야만 해야 돼"와 같은 갖은 변명들. "진정한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거야, 그러니까 나를 더 사랑하자. 그럼 이제 먹어볼까?"와 같은 철학적 합리화 등이 그것들일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허기진 배는 눈치 없이 내 시선을 모니터가 아니라 노트북 오른편의 지갑에 가져다 두기를 반복한다. 가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는 학생들에게 나는 "지금 시간이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참고 집중하면 곧 좋은 시간이 올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듯이 자기가 뱉은 말은 본인이 제일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지자 어느덧 마음까지 고파지는 기분이다.
참, 지금 보니 담배도 없구나. 작은 변명거리가 생겼다. 그럼 잠시 편의점에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