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돼지저금통

by 안광식

초등학생 1학년 무렵까지 우리 집은 방 2칸짜리 집에서 살았었다. 지금 내가 독립해서 살고 있는 집에 딸린 방이 2개이니,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집은 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좁은 집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가족들과 함께 몸을 맞대고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는 점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참 좋은 기억이다.


서른이 지난 나는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습관이나 태도는 유년기에 겪은 경험이나 상황들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던데, 이런 태도가 만들어진 것은 이 당시에 가족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주요한 이유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어린 시절에는 조그마한 것 하나에도 궁금한 게 참 많다. 나는 어린 시절 이런저런 호기심들에 대한 질문들을 주로 우리 엄마에게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수했다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이 생각나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1+1 = 2'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 보다는 당시 내 나이에 맞는 현명한 답변들을 많이 해주셨다.


"엄마, 부자가 뭐예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부자야"


"마음이 따뜻하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이야"


나는 내 질문에 항상 웃으며 대답해주시던 엄마가 참 좋았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규정하는 '돈'과 '부자'에 대한 의미에 대해 뼈 저리게 느끼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때 엄마의 말이 아직도 마음속에 따스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이 사회가 규정하는 제한적인 의미보다는 나 스스로 무언가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것이 좋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간신히 버텨내는 하루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그 부분을 조금 떼내어 마음속에 저축해두고 싶다고 가끔 생각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나처럼 여유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아껴둔 마음을 전달해주고 싶다. 내 몸 하나 챙기기도 힘든 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일이 여간 쉬운 일은 아니라서 그런지, 오늘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은 잔인할 만큼 크다.


역시 부자가 되는 것이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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