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안광식

되고싶은 모습들이 많았다. 초등학생때 나는 소방관이 되고 싶어했다. 당시 TV에서 소방관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여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이 멋져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 중학생때는 어느 드라마에서 나오는 '검사'라는 직업이 너무 멋있어보여서 꿈이 '검사'로 바뀌었고, 고등학생때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되고 싶어 했던 수 많은 직업들 중에 "저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나중에 꼭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 제가 받았던 사랑을 갚고 싶습니다" 와 같은 거창한 이유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항상 꿈이 많은 아이였다.


시간이 흘러서 나는 이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떻게보면 내가 10대 시절에 꿈꿔왔던 꿈들 중 하나를 이룬 샘이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에도 한 번씩 이런 내 모습이 새삼스레 신기하다. 그래서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을때, 나는 학생들에게 수업 외적으로도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이 당시에 나는 학생들에게 자주 하던 질문이 있었다.


"꿈이 뭐야?"


내가 이 질문을 자주 하곤 했던 이유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학원으로 와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요즘 10대 아이들은 어느 직업군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했기도 했고 말이다. 그럴때마다 이 질문을 들은 학생들의 대답은 학년에 상관 없이 동일했다.


"저는 꿈이 없어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었을 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꿈이 없을 수 있지?"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혹시나 내 질문을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닐까하고 질문을 바꿨다.


"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직업은 없니?"


내용을 조금 다르게 바꿔서 학생들에게 다시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변은 전과 똑같았다.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나이였을때, 항상 꿈이 많던 아이였기 때문에 그런건지는 몰라도 나는 그들의 일관성있는 답변들로부터 우리 사이에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번은 고등학생 2학년이던 친구와 입시상담을 하던 때였다. 이 학생의 고민은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데 정작 어느 학과에 지원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장된 시작점을 갖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규정하는 어떤 '틀'과는 별개로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친구에게 우선 스스로 어떤 일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줬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딘가 이상했다.


"시간이 없어요"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아 그게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은 학교 숙제며 학원이며 평소에도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 잘 수 있는 시간이 3~4시간 밖에 되지 않는데, 그것까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그래도 자기 자신의 미래에 관한 문제인데 저렇게 말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학원에서 만나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 말이 충분히 이해됐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작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겨도 '공무원' 혹은 '유튜버' 등과 같이, 안정적인 직업이나 돈을 많이 버는 직업들만을 좇는다고 혀를 찬다. 그럼에도 '어른' 축에 속하는 내가 요즘 아이들이 이해되는 이유는, 그들에게는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꿈'이란 본인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경험들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많은데, 그들이 공부와 관련된 일들 외에 무언가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한정적이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그 중요성에 대해 자주 얘기하고는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정말 공부만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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