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지 못해 미안해

by 안광식

나는 속 편한 사람이다. 타고난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어떤 일이든지 늘 느긋하게 대처하는 편이다. 그러다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코 앞에 닥쳤을 때는 얼른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발 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움직인다고 말한다. 때문에 내게 닥친 일들을 해결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나는 그 시간들 만큼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내고 나중에는 기진맥진해버리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런 내 성격이 싫지만은 않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음에도 걱정거리는 많지 않다. 이리저리 바쁜 세상에서 약간은 둔한 내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는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속 하나만큼은 편하다.


이렇게 큰 흔들림 없이 편하게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런 나에게도 어쩐지 속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존재한다. 그건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질 때이다. 평소에는 늘 친절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굉장히 차갑다고 느껴지거나 혹은 늘 웃던 사람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어지간히 불편하다. 그럴 때면 "무슨 사정이 있겠지"라고 혼자 생각하며 상황을 유연하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은 이런 순간에서만 이상하게 집요해진다.


"혹시 무슨 일 있어?"




걱정하는 듯한 말투로 상대방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별 일 없다고 대답하고는 한다. 그럼에도 쿨한 말투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애쓰는 그들의 표정은 그다지 시원스럽지는 못하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마음 한 편이 너무나도 불편하다. '불행'이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데, 왜 그걸 혼자서만 짊어지려고 할까? 짐은 나누면 가벼워진다던데 그러기엔 그들의 눈에 내가 가진 짐들도 굉장히 무거워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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