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온 시간이 세월로 따져보면 10년 정도가 됐다. 처음 집에서 나와 살게 된 계기는 대학 진학이 이유였고, 그 이후에는 직장과 가까운 곳에 머물 곳을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부모님의 곁에서 온전히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나의 10대 시절까지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가끔씩 "너는 내게 아직도 고등학생 같다"라는 말씀을 하곤 하셨다.
31살이나 됐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내게 어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다. 통화만 했다하면 오늘 아침은 혹은 저녁은 뭘 먹었는지부터 물어보시는 걸 보면 확실하다. 사실 업무시간이 불규칙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중간에 고정된 휴식시간이 없기 때문에, 내게 있어 저녁식사시간은 늘 오후 9시를 넘겨서야 허락된다. 퇴근 후에 집에 돌아오면 혼자 차려 먹는 저녁식사에는 어쩐지 허전한 맛이 느껴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모님댁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하철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반찬 좀 챙겨가라는 어머니의 전화에 집에 방문하면 한 상 푸짐하게 내어주시는 따뜻한 점심식사. 한국인은 된장이라는 말도 있지만, 뚝배기에서 뜨겁게 끓고 있는 김치찌개 한 사발을 내어주실 때가 그렇게 좋다. 돼지고기에서 우러나온 진한 국물맛에 김치의 시원한 양념맛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혹시나 부족한 것은 없으실까 걱정하시는 마음이신지 덤으로 잔소리까지 함께 들으니 그야 말로 손과 입, 그리고 귀가 식탁에서의 약 30분 가량 쉴 틈이 없다.
식사를 마친 후에 거실 전기장판에 옹기 종기 앉아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다보면 어느덧 내가 혼자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온다. 끼니 잘 챙겨 먹으라며 이런 저런 반찬들을 챙겨 현관문 앞에 서면, 내 새끼 또 오라며 아쉬움 가득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우리 할머니, 무덤덤하게 잘 가라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현관문을 닫는 순간에도 당신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는 나.
어쩌면 나는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운게 아니라 가족들의 사랑이 가끔 그토록 그리운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