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늘이지만 찌르지 않습니다

코바늘뜨개를 하다가

바늘이지만 찌르지 않습니다 / 올제




구멍을 찾아 코를 킁킁거린다 한 코, 두 코, 코가 생길 때마다 나는 코를 들이밉니다 새로운 코를 만들고 내 몸을 구겨 넣어요 간질간질한 털실 사이로 코를 킁킁거리며 똬리를 틀 때 그녀의 코에서 한숨이 불어 닥쳐요 그러다 코가 빠지면 킁킁 거리며 다시 코를 줍습니다 코를 줍는 일은 어두운 곳에 가지 않아도 동공이 확장되는 일이지요 사실 벌건 대낮에 동공이 확장되는 일이 부쩍 늘었지요 코가 늘어나면 실을 풀어야 해요 털실의 한 올을 풀면 실이 죽 풀리지 한 올이 꼬이면 사람들도 배배 꼬이지 코 하나가 꼬여서 동공이 터져버린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럴 때 나는 어쩔 줄을 몰라 콧등이 벌겋게 달아오르죠 나의 구멍은 사방이 뚫려서 사생활이 라이브로 중계되죠 계란 바위 치듯 털실 매듭에 머리를 콕콕 갖다 박기를 여러 번 드디어 구멍이 뚫리는 순간 나는 굴삭기처럼 어깨를 으쓱거리죠 그것도 한때죠 가끔씩 제 맘대로 꼬인 실 때문에 머리가 아파요 그런데 요즘은 내 코가 석 자라서요 마지막 코를 빼내고선 실을 뚝 끊어 버려요 덧정이 없으니까요 다시 구멍이 시작되면 하지만 나는 또 코를 킁킁거리며 허공을 향해 코를 집어넣을까요?






#뜨개질 #코바늘 #입장 차이 #자기 인식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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