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할 땐 기억을 꺼내 드세요 /올제
삼 년을 기다린 아이가 뱃속에서 떨어졌다
지구의 중심은 중심을 잃게 한다 흔들리는 세상처럼
만나기 전에 헤어지는 법을 배우는 건 아래에서 위로 떨어지는 일입니다
가을엔 자꾸만 떨어집니다
아파트 공사장 난간에서 청년이 무너졌다 때 이른 눈이 폭폭 떨어져 내렸다 마음도 떨어져 낙엽 등뼈처럼 우두둑 부러졌다
낙엽은 그 이름 때문에 떨어진 것들을 대표해 짓밟히는 중입니다
누군가 베란다 난간을 붙잡고 이대로 떨어지고 싶다며 흐느꼈습니다 혼자서 그 새벽을 질질 끌고 오면서 이윽고 강해집니다
걱정은 원망을 이기고 눈물방울은 진격의 거인처럼 힘이 세져 중력을 이깁니다
추락할 땐 벼랑 끝을 부여잡던 손가락의 악력을 기억하면 좋아요
지구의 중심은 중심을 잃을 때가 간혹 있다 게임에 져 주는 선수처럼
#기억 #경험의 힘 #회복탄력성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