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몇 년 전 봄날의 이야기

애초에 일요일 늦은 아침에 비슬산 참꽃 축제에 가보겠다는 발상이 고생을 예고한 것이다.


어마어마한 인파와 두 시간 남짓 대기해야 탈 수 있다는 셔틀버스를 극복해야 만날 수 있는 참꽃이었다. 사람 많은 거야 나도 그 중심에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셔틀버스를 타고 대견사까지 올라가서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참꽃을 만나겠다는 잔꾀를 부린 게 허탈했다.


셔틀버스는 포기했다. 덕분에 직립보행으로 비슬산을 오르고 비슬산을 내려오는 정직한 인류가 된 순간이었다.


축제라 그런지 올라가면서 이것저것 볼거리도 많았고 진달래 화전, 쑥떡, 우엉차 등 먹을거리도 많았다. 한참을 아스팔트길을 오르다가 끝없는 계단을 오르니 결국 대견사에 이르기는 했다.


날씨가 으스스한 게 참꽃이라는 대상과 사뭇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대견사와 절탑을 보고 드디어 참꽃 군락지에 이른다. 산 위의 넓은 들판이 온통 참꽃이다.


당연히 선홍빛 또는 핑크빛 상큼한 향기로운 참꽃의 향연을 기대하였다. 참꽃군락지를 향해 걸어가는데 내 눈에 들어온 꽃들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날이 추웠다. 참꽃은 옷도 하나 걸치지 않고 요 며칠 계속 방문객들을 맞이한 피로감이 눈에 선하다. 다 제쳐 놓고 꽃잎이 너무 이상하다. 내가 아는 그 참꽃의 꽃잎이 아니고 내가 아는 상식적인 그 빛깔이 아니다.


뒤에서 누가 그런다.

-꽃잎이 얼었구먼. 우박을 맞아 다 얼어버렸구먼.


때마침 하늘에서 우박이 우두둑 떨어졌다. 우박 알갱이가 눈앞의 바닥에 뒹굴었다. 얼른 하나를 주워서 만져 보았다. 뭔가 단단히 쥐어질 듯하다가 바로 으스러지며 녹아버렸다. 우박은 내 손의 체온 때문에 바로 죽어버렸다.


그런데 그 우박의 견고한 차가움을 맞고 참꽃은 이미 반은 죽어 있었다. 피어나기도 전에 죽은 것도 있고 피는 중에 죽은 것도 있고 활짝 핀 다음에 죽은 것도 있었다.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군락지는 예년의 그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마치 전쟁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병사들이 군데군데 쓰러져 있는 들판처럼 균일하지 못한 그 무엇인가가 내 마음을 짠하게 했다.


하필 작년 이맘때 그 눈부시던 참꽃의 향연이 지나치게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최근의 내 건망증 에피소드를 민망하게 하면서 오늘의 참꽃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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