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산은 거기에 그대로

2년 전 늦봄 월출산에서...

by 올제

전남 월출산 천황봉에 올랐다. 사실은 구름다리까지만 올라 산을 느끼고 발길을 돌리자는 각오로 왔다.


그러나 구름다리가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려고 하느냐며 눈물을 글썽이니 마음이 약해졌다. (사실은 구름다리가 무서워서 내가 눈물을 글썽였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맘을 설레게 했으나 거기서부터 가슴을 뛰게 하는 산이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마음이 설레고 심장이 뛰는 데는 당할 길이 없었다.


용기를 내 계속 산을 올랐다. 정상은 바로 저기인 듯한데 바위산이라 돌아 돌아 올라가다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는 경로였다.


그렇게 오른 정상은 가히 오를 만했다. 사방이 확 트인 파노라마 전경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망망대해 같은 평야가 펼쳐진 나지막한 이곳에 우뚝 높이 솟은 이 산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참 궁금했다.


보이는 것은 세로로 층층이 갈라진 얇은 바위가 오랜 서가의 책꽂이같이 빼곡히 쌓여있는 묘한 광경이었다.


가끔 떠나야 할 때를 놓친 듯한 참꽃과 철쭉이 암벽 새로 조심스레 피어나 있었다.


아래로는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듯한 논과 밭, 저 멀리 영산강.


이렇게 평온한 곳에 저 홀로 산이었다.


힘들었겠다. 모두가 산일 때 산인 산과 모두가 평야일 때 저 혼자 산인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오늘 이렇게 그를 만난 것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고독의 깊이, 심장의 동요, 아득한 그리움을 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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