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8월

by 올제

8월은 겉과 속이 똑같다. 겉도 팔팔하고 안도 팔팔하다. 뜨겁고 눅눅하고 꿉꿉하고 헉헉 숨이 차다.


‘8’ 자는 위도 아래도 꽉 막혀 있다. 옆으로 뉘어 반으로 접으면 ‘0’이 된다. 아래위로 접어도 제로가 된다. ‘없는’ 것이다.


‘8’ 위에서 걸어 보면 아무리 가도 끝이 없다. 뫼비우스의 띠 같다. 무한대 같기도 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글자 위를 하염없이 걷는다.


가다가 두 개의 ‘0’이 만나는 곳은 하나의 점이 되어 마치 절벽처럼 떨어질 것만 같다.


한 발로 아슬아슬 버티고 서 있게 된다.


끊임없이 장맛비가 퍼부을 때는 원 안에 물이 차서 떠내려 갈 것만 같다.


이럴 때 두 개의 작은 원이 하나의 큰 원으로 넓어지면 좋겠다.


불어나는 물이 넘치지 않게 원 기둥의 동그란 벽이 위로 높아지거나 아래로 깊어지면 좋겠다.


겉과 속이, 왼쪽과 오른쪽이 고집스럽게 잦아들지 말고 하나의 큰 원으로 서로 번져 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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