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찬 어느 날의 일기
끼어들기 1
다들 바쁜 출근길이다. 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다. 좁은 도로에 차들도 다닥다닥 붙어서 움직인다.
핸들을 쥔 손들은 하루를 살아낼 일터로 꾸역꾸역 나섰겠다. 마음은 안 내킬지라도 몸은 어서 나아가야 하는데 신호가 짧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도 짧다. 그런데 차량의 행렬은 처리해야 할 업무처럼 길고 좁다.
다만 오른쪽 깜빡이와 왼쪽 깜빡이들만 도로를 밝힌다.
햇살 좋은 가을 아침의 현란한 춤사위라 하겠다. 간혹 깜빡이마저도 없이 불쑥 끼어드는 차들도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성냥갑 쌓기처럼 보이겠다. 어느 하나 잘못 놓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텐데 어느 하나 양보할 마음이 없다.
겉으로 소리 지른다.
“빵빠~~~~~~~~~~~~~빵!!!”
속으로 말한다.
“당신도 바쁘겠지만 나는 내가 제일 바빠서요.”
아무도 끼어들지 못하고 아무도 끼어주지 않아 꽉 찬 도로다. 하루 일과만큼이나 꽉 찬 아침의 일상이다.
시대만큼이나 텅 빈 마음이다.
끼어들기 2
퇴근길에 들른 마트에 카트들이 밀고 밀린다. 몰리는 코너에는 늘 그렇다. 진열대 식재료에 시선을 두기만 하면 바로 그 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어 식탁에 올려주는 AI 안경은 언제 나오나.
저걸 사서 다듬고 씻고 썰고 볶고 끓이고~ 귀찮아 미칠 지경이다. 간혹 낯선 식재료들은 그나마 방법이 상상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네이버씨나 구글님께 물어본다면 촤라락~~ 수십 개의 레시피를 알려줄 것이겠지만~ 그것마저 귀찮아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끼어든다. 아무나 옆에 있는 사람 붙잡고 물어본다.
“저기요. 이거 어째 해 먹으면 되나요?”
“아, 이거요. 어쩌고저쩌고 어쩌고저쩌고... 해 드시면 됩니다.”
네. 그럼 저는 가던 길 갈게요.
가던 길에 커피가 당겨서 카페 앞에 서서 주문을 한다. 싸늘한 바람과 어둑해진 하늘은 따뜻한 커피를 부른다.
마침 옆의 아가씨는 “아아”를 주문한다. 그래서 끼어든다.
“저기요. 오늘 같은 날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시면 막 춥지 않나요?”
“ㅎㅎ ‘아아’는 늘 진리죠.”
네. 그럼 저는 ‘핫’으로 마실게요.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어르신이 말을 걸어온다.
“아이고. 장을 많이 봤네. 저녁 메뉴는 뭔고~~~?”
“아, 그냥 뭐...... 어쩌고저쩌고... 해 먹으려고요.”
대답하기 귀찮아 미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