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이상한 위로

by 올제

수술 준비를 했다. 아니다. 수술 후 집콕 생활을 위한 준비를 한 거다.


칼로 살을 자르고 낭종을 제거한다는데 왜 기분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곪아 있었을 세월을 도려내는 것이라 기쁜 걸로 해 둔다.


내일부터 당분간 집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위한 준비를 하는데 생활의 집도의가 된 듯 즐겁다.


강제적 휴식은 예기치 않은 기쁨이다.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뜨개질을 하다가 새로 주문한 책을 읽거나 ……. 이것저것 하다 보면 칼에 베인 자국은 여름처럼 아물겠다.


'너답지 않게 집에만 있겠냐'는 주변의 걱정이 장마철 습기만큼 꿉꿉하다.


나는 나만의 동굴에 들어가 웅크려 있고 싶은 마음이 들킬까 봐 오히려 조마조마하다.


나다운 것을 정의하는 것은 항상 타인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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