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를 탔다. 지금 이곳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 나만의 방을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네 개의 벽이 있다. 둘은 죽었고 둘은 살아 있다. 왼쪽에 앉은 청춘은 살아서 잠이 들었다. 오른쪽 창가 세상은 모두가 살아서 아우성이다.
앞사람의 등받이는 죽어서 독서대가 되었고, 나의 등받이는 선 채로 죽었으나 나의 편안한 담벼락이 되어 주었다.
극도로 활성화된 시력은 살아 퍼덕이는 생물을 성급히 더듬고 있다.
나무가 초록을 칠한 창을 보며 서울의 고궁을 헤매고 있다. 구름이 덮쳐와 미래를 퍼붓는데 불안을 먹고 체할 지경이다.
때마침 내리는 소나기야! 제발 창을 뚫고 들어와 주렴. 그리움을 만나러 가는 이 방에 들어와 주렴.
창밖 세상의 현란한 손짓에 움직이는 나의 방은 그대로 한 세상이 되었다.
행복하고 슬프다. 지나온 날들이 짠하고 다가올 날들이 두렵고 지금 이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기 연민은 늘 독이 된다지만 가끔 밀려오는 이와 같은 감정은 하늘의 눈부심만큼 촉촉한 습기로 젖어든다.
한참을 달렸다. 동대구역부터 서울역까지 죽은 듯 잠들었던 청춘이 드디어 청춘처럼 깨어났다.
그가 일어서 움직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네, 엄마. 거의 도착했어요. 오전에는 피만 뽑고 오후 내내 검사를 해야 해요. 걱정 마세요, 엄마. 이번 치료는 지난번 항암보다는 쉬울 거예요. 네. 네. 네, 엄마. 걱정 마세요.
그가 멀어져 갈수록 소리는 커져만 간다. 서울은 무거워져 가고 나의 방은 작게 작게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