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Why not?

by 올제

친한 동생이 도토리묵을 직접 쑤어다 주었다. 시중에 파는 것과는 달리 빛깔이 다소 연하다. 쓴맛을 많이 우려냈다고 했다.


‘도토리 너도 힘을 많이 뺐구나’라고 혼잣말하며 묵이 담긴 밀폐용기를 열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잡아당겨도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힘을 한껏 뺀 도토리묵과는 달리 나는 없는 힘까지 억지로 내서 세게 잡아당겼다. 순간 '따닥.' 소리가 났다.


잠금장치가 나의 억지스러움을 비웃으며 즉사했다. 진실을 알고 보니 그 그릇은 위로 당겨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밀어서 여는 제품이었다.


문으로 치면 미닫이인 셈인데 여닫이 대하듯 내 짐작대로 다룬 것이 문제였다. 밀어서 여는 밀폐용기는 처음 봤다는 변명은 성급한 내 행동을 그대로 밀폐시켰다.


사는 것도 그렇다. 언제나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나의 시선과 관점을 벗어난 방법을 과연 잠시라도 생각해 보며 살고 있는지 돌이켜 본다.


희미한 빛깔의 도토리묵처럼 나만의 색깔을 맑은 물에 한참 우려내고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아직도 더 많이 희미해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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