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신발입니다만

by 올제

맨발 걷기 산책로가 좁아서 사람들로 만원이다. 입구에는 굽이 높은 신, 납작한 신, 운동화, 슬리퍼, 샌들 등 각양각색의 신발들이 주인을 떠나보낸다.


마치 바닷가에 정박한 돛단배들 같다. 배의 주인은 하루만큼의 무게를 그곳에 내려놓았을 것이다. 하루를 함께 한 자신의 분신과 같은 그들의 신발은 주인님과 잠시 해어졌다.


잘생긴 신상 운동화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온종일 그의 주인과 함께한다는 것은 신발로서도 상당히 힘든 일이다.


그의 주인님은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테고 그는 힘겨운 주인님이 지니는 여러 가지 감정을 오롯이 흡수하느라 땀에 흠뻑 젖었다.


무생물인 그가 감정노동자가 되면서 갑자기 살아 움직일 것만 같았다.


공장에서 태어나 신발가게 진열대에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외모지상주의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주인님의 선택에 일순간 매우 기쁘고 감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집의 신발장은 더욱 숨이 막혔고 매일매일 가족의 눈치를 보아야 했으며 주인님의 하루를 함께 살면서 분노, 짜증, 화, 슬픔 등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었다.


아직 인간의 말을 배우기도 전에 인간의 감정이란 것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요즘 들어 부쩍 맨발 걷기가 유행인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주인님이 오래오래 맨발 걷기를 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신발은 ‘생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푸른 숲 속 기운을 받아 그도 힐링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새로이 배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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