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떨어지다

by 올제


떨어지는 것과 떨어진 것과 떨어질 것은 무얼까? 떨어지는 것은 대상과의 이별 또는 본체로부터의 분리이다. 그 행위만으로도 두려움과 미련 같은 게 밀려오는 느낌이다. 이미 떨어진 것은 무언가의 흔적이다. 시험에 떨어진 것은 시험을 위해 바친 모든 시간과 노력에 대한 배신이다. 아파트 공사장 난간에서 떨어진 것은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 내던 이의 뼈아픈 추락이다. 돈이 떨어진 것은 세상살이의 기본을 지킬 수 있는 겉치레에 대한 불가피한 포기이다. 체력이 떨어진 것은 내면의 열정을 거스르는 서글픈 주저앉음이다. 마실 물이 떨어진 것은 말하기조차 어려울, 벼랑 끝에 매달린 손가락의 힘 다 빠진 악력이다. 떨어진 것은 아프고 슬프고 쓸쓸하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떨어지고도 아름다운 것이 있다. 늦가을 길가를 뒹구는 낙엽이다. 한겨울 장독대를 뒤덮은 눈이다. 가뭄에 사과나무를 적시는 빗물이다. 또한 떨어지기 직전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눈물이다. 사람의 이야기를 온 힘을 다해 정성껏 들으며 심장에서 펌프질해 올라온 은빛 물방울 하나. 떨어지기 전에 더 아름다운 온기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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