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나만의 단어사전 만들기 2

흉터를 들여다보다가......

by 올제

딱히 거칠게 산 것도 아닌데 몸 이곳저곳에 흉터가 있다. 어렸을 때 절절 끓던 아랫목에 덴 흉터, 모래밭에서 소꿉놀이하다가 급정거한 자전거 바퀴에 다친 자리, 진통 때문에 고꾸라져 박은 자리, 종양을 덜어내고 꿰맨 자리, 낭종을 후벼 파낸 자리, 사람들의 말에 맞은 마음의 상처.



‘흉터’라는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언뜻 보면 못생겼다. ‘흉’이라는 소리도 어둡고 찜찜하다. 그런데 ‘터’라는 단어는 정이 간다. ‘감은사지’는 감은사가 있었던 자리이듯이 ‘흉터’는 상처가 ‘있었던’ 자리다. 상처가 생겼다가 아물면서 남은 흔적이다.



흔적이라는 말은 ‘뭔가가 이미 사라졌다’는 뜻이다. 스쳐 지나간 과거일 뿐이다. 그래서 남은 흔적인 ‘터’는 어둡지 않다. 찜찜하지도 않다.



나만의 단어 사전을 만들어 본다.

[흉터; 아프거나 나쁜 일이 이미 사라진 후 그 자리에 생긴 상징물]



그래서 나는 삶이 고달프고 힘이 들면 흉터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때의 통증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마음을 생각한다.



뭐랄까, 현재를 살기 위해 기대는 초심 같은 것이다. 흉터를 보면 이상한 감사가 생긴다. 그때의 마음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많은 것이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감사하다 보면 또 감사할 일이 생긴다.



이미 지나갔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터’는 초심과 새로운 시작을 공고히 해주는 말이다. 단 하나의 소리가 어마어마한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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