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나만의 단어 사전 만들기 1

"커피, 어떠신지요?"를 본 후에...

by 올제

영화를 검색하는데 화면에 펑! 펑! 추천 영상이 폭죽처럼 터져 오른다. 군중 속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크게 들린다고 하더라니! 폭죽 속에서 좋아하는 단어가 내게로 튀어나온다. 커피다.


주인공이 나를 위한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보여서 클릭! 아, 원래 보려고 했던 영화가 뭐였지? 기억이 안 난다. 문제는 클릭한 화면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안 그래도 바쁜데 언제 이걸 다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염려는 작아져 가고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궁금하면 보는 거다. 보면 기분 좋으니까. 염려가 작아지면 좋은 거니까. 염려가 제로가 되면 염려는 사라질 테니까.


매번 다른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열심히 본다.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크고 작은 고민이 있다. 그때마다 그들이 찾는 곳은 회사 앞 이동식 카페다. 트럭 안에서 훈남 바리스타가 정성껏 커피를 내려준다.


세상 맛있는 커피와 세상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다음 이어지는 반전은 생략한다. 결말도 생략한다. 다만 내게 와닿은 대사는 간직하고 싶어서 기록해 두기로 한다.


A: 그것도 커피고 이것도 커피야.

B: ... ...

A: 재밌지?

B: 어째서 당신같이 더러운 노숙자가 이렇게 맛있는 걸 마셔? 이상하잖아.

A: 그야 남들이 보기엔 밑바닥 생활이어도 기왕이면 영롱했으면 좋겠잖아. 그러니까 머리를 써서 궁리하는 거지. 어차피 살 거면 세련되고 팝 하게 살고 싶으니까.


삶의 매 순간 어떠한 상황에 부닥쳤어도 기왕이면 영롱하면 좋을 것 같다. 머리를 써서 궁리하려고 한다. 어차피 살 거면 나도 팝 하게 살고 싶으니까.


‘영롱’을 생각하니 숙연해지는 기분이다. 나만의 단어 사전에 휘갈겨 쓴다.


[영롱]: 찬란함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삶의 구질구질한 변명을 보듬으며 오롯이 맑고 도도하게 빛나는 광채 또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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