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일출과 상념

캄보디아 여행을 기억하며...(3)

by 올제

툭툭이를 타고 새벽 5시를 달린다. ‘툭툭’은 의성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툭툭’은 ‘툭툭’ 달리지 않는다.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매끄럽게 달린다.


소리와 속도는 예상을 빗나갔다. 인생의 소리와 속도가 늘 그러하듯.


예상이라는 것은 빗나갈 과녁을 겨눈 희망이다. 빗나갈 과녁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항상 화살을 쏜 다음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다행이기도 하다.


낯선 나라의 해를 만나러 가는 다양한 인종의 행렬이 새벽을 가득 메운 도로가 명장면이다.


앙코르와트가 세계 7대 불가사의일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전날 가이드로부터 들었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내 맘의 불가사의로 자리매김한 이곳에 새벽을 가르고 다시 오는 이 기분, 고대 크메르제국으로 불쑥 들어온 느낌이다.


묘하다. 신비롭다. 장엄하다. 안온하다.


물가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는 하늘에 오르는 일출과 물에 비치는 그것의 반영을 함께 누리기 위함이다. 동명일기에서 장엄한 일출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를 보았던 것이 아무리 화려하고 대단하여도 이곳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참 설렌다.


'설렌다'라는 단어를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 싶다. 한편 이제부터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도 설렐 계획(?)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보면 설레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굳이 이곳 먼 나라, 아득한 고대에 오지 않았어도 삶은 이미 그 자체로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안타깝고 즐겁고 설레는 것이다.


세상 모든 감정의 형용사들은 전체집합이 삶이다. 삶에는 여집합이란 게 없는 것 같다. 그냥 그 자체로 전체집합이고 부분집합이다.


오늘따라 유독 ‘설렌다’는 말에 설렌다. 이건 형용사일까? 동사일까? 사전을 찾지 않을 거다.


그렇게 느낄 때는 형용사이고 그렇게 움직일 때는 동사가 되면 된다.


사전과 규칙과 틀에 지독히 얽매여 살았던 것에 감히 후회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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