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안동 학가산 온천에 갔을 때 일이다.
1층 로비의 키오스크 앞이다. 안동 시민 클릭? 6,000원. 일반인 클릭? 6,500원.
양심의 가면을 쓰고 일반인 클릭! 대구에 비하면 물가가 상당히 저렴하다고 생각하며 계산 완료.
키오스크 옆에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20대가 서 있다.
궁금해서 굳이 물어본다.
“안동사람과 일반인을 어떻게 구분하나요? 신분증 검사도 없이?”
“아, 네... 그건 그냥 ‘안동시민’이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랬구나. 안동시민이면 안동시민이라고 말하면 되고, 안동시민이 아니면 안동시민이 아니라고 말하면 되는 거였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신분증과 ID와 비밀번호에 너무나 익숙해진 것 같다.
마음의 울타리를 무거운 철근과 단단한 대리석으로 무장을 하고 살았구나.
‘팩트 체크’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팩트(fact)’는 ‘명제가 참이다’라고 내용의 진위를 언급한 셈인데 다시 체크를 해야 하다니?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가 팩트이고, 서로의 울타리가 필요 없을 것이다.
요즘은 서로의 벽에 조금씩 구멍을 뚫어 몰래몰래 지켜본다. 1만큼 믿게 되면 0.8만큼 보여 주고, 10만큼 보여 주면 8만큼 믿어 준다.
서로가 구멍을 조금씩 뚫고 뚫리는 불안과 불신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세상이다.
안동시민입니다,라고 말하면 안동시민인 거다. 순리대로 살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