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행간

by 올제

사내 네트워크 메신저는 업무의 편리성을 사는 값으로 인지상정을 지불한다. 메시지는 문장 하나를 타닥타닥 보내는데 어딘지 모를 오해 한 자국을 남긴다.


물음표를 보냈는데 ‘물음’이 돌아온다. 느낌표를 보냈는데 ‘마침표’가 돌아온다. 지나치게 짧은 문장은 모니터를 꽝꽝 얼게 한다. 지나치게 긴 문장은 핵심이 뭐냐며 모니터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게 한다.


메시지의 수신인은 메시지를 '수신'하지 않는다. 그는 행간을 읽지 '않거나' 행간을 '의도적으로 놓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메시지를 보내는 이는 애초에 행간을 둔 적이 없다는데, 받는 이는 때로 애써 보물찾기 하듯 무엇을 숨겼나 눈을 밝히고 스스로 뜨거운 불길 속에 뛰어든다.


불의 진원지는 어디라고 꼬집어 말하기도 무엇한데 너도 나도 뜨겁다고 괴성을 지른다.


3분 정도만 워킹(walking)해서 눈을 보고 토킹(talking)하면 제대로 워킹(working)하는 게 별 일도 아닌 좁은 공간에서 모두가 서로의 행간을 만들어 해독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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