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반곱슬 머리가
시름시름 앓아눕는다
이럴 땐 싹둑
머리를 잘라내
앓아누운 시름을 달랜다
미용실에 가면
사각이는 가위질이
총총 잡념을 스윽 쓱
잘라 떨어뜨린다
부질없는 대화도 차라리
명상의 어록이 된다
비가 오면
계속 비가 오는 것이라고
내 검은 우산이 알고 있었나,
무심한 우산을 무겁게 받치고
골목길 몇 어귀를 돌았나 보다.
마주 오던 똘똘한 소녀의
낭랑한 물음표가 우산 손잡이처럼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휘영청
아빠? 저 사람은 왜
아직도,
우산을 쓰고 있어?
꼬마야,
나는 내가 너의 저 사람인 줄을
너를 스치고도 한참 만에야
알 수 있었다
지혜가 스치고도 한참 만에야
지혜인 줄을
알기라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