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의 '섬'에 대하여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 분석과 감상>>>
우선 말뜻의 차원에서 이 시의 핵심어는 '섬'이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섬은 해수면이 상승해도 육지가 계속 보이는 상태이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시에서 언급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거나 서로 온전히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특정한 지점이라고 본다.
이와 같이 둘 이상의 타인 사이에 존재할 법한 소통의 부재와 관계의 삐걱거림을 상징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섬과 같은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섬의 위치를 '사람들 사이'라고 특정지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흔히 생각하듯이 큰 대륙에 부수적으로 딸린 '외딴섬'이 아니라 동등한 대상이라 할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 A와 사람 B 사이, 사람 C와 사람 D 사이처럼 한 명 한 명 사이에 섬이 있을 수도 있으며, 때로는 A와 BCD, B와 ACD, AB와 CD 등등 섬을 이루는 대상의 구성 방식은 경우의 수가 무한정이다.
나아가 A, B, C, D 각각이 그 자체로 섬일 수가 있다. 인간은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이 어려울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거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곤 한다.
따라서 이 시에서 '섬'이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의미로서 바다 위의 섬,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가 가닿을 수 없는 섬과 같은 지점, 인간 개개인이 자아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는 내적 자아와의 소통의 부재 지점 등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소리의 차원에서 3 음보 격과 특정 음운의 반복, 평서문 종결어미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단 두 행, 8개의 어절 만으로 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독자로서 갖는 시의 울림은 설명이 친절한 산문시 이상으로 길게 이어진다.
두 문장으로 쓰여진 짧은 시가 역설적이게도 웅장하고 단호하며 비장한 느낌까지 가져다준다.
시 전체에서 5번이나 반복되는 'ㅅ' 음운은 짧은 순간에 사람들 사이의 섬으로 독자를 이동시킬 만큼 강하게 그리고 건조하고 빠르게 시를 전개시키는 느낌이다. 그래서 단 두 줄을 읽고도 가슴 벅차게 숨 가쁘고 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을 갖게 해 버린다. 쇳소리 같은 무성음의 반복이 1행에서는 소통의 부재라는 차가운 현실의 직시를, 2행에서는 인간이해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더 강화시켜 준다.
세 번째로, 이미지와 어조의 차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다'라는 종결어미로 끝나는 덤덤한 문장에 오히려 독자가 미련이 남아 흰 종이에 사람과 섬, 섬과 사람을 그려보며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에 이른다. 시인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일을 독자에게 은근슬쩍 넘기면서 '인간 이해'라는 과제를 던진다.
1행에서는 '섬이 있다'는 사실을 건조하게 진술했을 뿐이지만 사람들 사이에 육지도 다리도 길도 아닌 '섬'이 있다는 진술에 독자는 바짝 긴장을 하게 된다. 즉각적인 공감의 상태가 되면서 저절로 무장해제되는 순간이다.
2행에서는 '그냥 섬'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사람들 사이에 있는 '그 섬'에 가고 싶다고 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열망하는 화자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단정적으로 '간다'라고 하거나 미래형으로 '갈 것이다'라고 하지 않고, '가고 싶다'라고 열린 결말을 던짐으로써 '쉽게 갈 수 없음'에 대한 암시와 인간이해에 대한 갈구를 아련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첫인상이 너무 강해서 발길을 돌렸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었다. 돌아볼수록 점점 더 보고 싶고 생각할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시이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만나고 싶을 것 같다.
아니다. 나도 그 섬에 함께 가고 싶다. 내가 그 섬을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으로 그 섬에 이른 '사람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 그러면 또 그 섬에서 새로운 섬이 생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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