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장갑의 당부 /올제
인간이 맹글어준 라일락 향기에 빠져 로열층에 누버가 참말로 잘 나가던 때가 있었던 거라. 이 꽃 저 꽃 가짜 향기에 취해 사계절이 봄, 봄, 봄, 봄인 줄만 알았던 거라.
요즘 말로 하면 사람 뷰가 참 볼 만했는데 마트에 오신 인간들이 각양각색이라 저거는 쇼핑하고 나는 쇼핑하는 저거 구경하고 서로 지가 주인공인 줄 알던 시절이 있었던 거라.
4월의 중의적인 음악이 울리는 그날은 기분이 꿀꿀했는데 낯선 네가 카트 끌고 와서 아래층 아그들 들었다 놨다 해가며 몸값이 비싸다 캤다가 마트 자체 제작이라면서 근본도 모르는 것들이라고 툭. 팽개치더구먼.
그카다가 내를 보고 첫마디가
-야~ 요거 쥑이네! 키도 크고 집안도 좋으이 물도 안 새고 찔기가 한참 쓰겠구만.
엄동설한 추버 뒤지겠는데 차가븐 물 콸콸 틀어놓고 기름기 쩌는 밥그릇 문때뿌대? 내도 피부 엉가이 보드라븐데 김장 때만 되믄 마늘, 생강, 젓갈, 꼬추까루. 맵고 짜븐 것들 팍팍 섞어가 내 몸에 철철 무치가 아이고 참말로 고거는 시뻘거이 지아지지도 안터라 카이.
니 밥그릇 씻고 나믄 시체맨치로 축 늘어진 음식찌끼 다 모다가 내 몸에 칠갑하더라 카이. 그라고...... 그래 부리 묵디만 구멍 나가 물 좀 새이끼네 확 뒤집어가 오장육부를 뒤틀어가 땡볕에 속살 다 비게 바짝 말라뿌대? 몸통을 탁. 잘라 뿌더만 너거집 베란다 장독 모가지에 탕. 팅가뿌대?
인자 선홍빛 그 곱던 피부가 요래 희덕스그레하이 드러버 지고 비실비실 기운도 딸리고 온 전신이 아프다 카이까 온저녁에 갖다 내삐릴라꼬?
내 무덤은 쓰레기 분리수거함이라 카더만 온저녁에 내를 거-다 보내믄 밤새도록 잠도 안 올 낀데 고마 내일 날 밝거든 갖다 내버리믄 안되긋나?
내 고향집맨치로 맨- 꼭대기 로열층에 누버가 한숨 푹 자볼까 싶은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