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트럭을 탄 소입니다

나는 트럭을 탄 소입니다 / 올제



내 발로 걸어 다녔어

내 발 네 발로 걸어 다녔어

오늘은 나의 네 발은 걷는 데 쓰면 안 돼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어

나의 네 발은 움직일 수 없어



나는 벌거숭이야

옷이 없어

벨트가 없어

봄날이라 다행이야

벨트가 없는 정도로 불안해질 리는 없어

벨트가 없어서 더 좋아



내 움직이는 방에는 문도 없어

하지만

나는 춥지도 부끄럽지도 않아



내 맘대로 할 거야

아까는 개나리 프라이를 했는데

노른자뿐이라 목이 턱 막혔어

뛰어올라 구름 하나 훔쳐 마셔버렸어



-내 엉덩이를 쳐다보고 있는 차량번호 4949 아저씨,

어서 운전이나 하세요


-내 눈이 착하다고 눈물 그렁그렁한 시인님,

신파 때려치우고 채식이나 하세요


-마지막 가는 길 자꾸 끼어들기하는 놈들,

그래 봤자 나보다 한참 멀었네요



앞차 아저씨가

떨어진 목련 같은 휴지 조각을

바람 편에 보내줬어



하필

내 착한 눈에 내려앉았네

나의 이른 봄잠을 재워주려 하네



잠이

잘 오네



아직

복사꽃도 못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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