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반곡지에 갔더니

by 올제


삶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이곳은

삶의 울림을 말없이 말하고 있다

며칠을 빗물 받아 그대로 품고 있다

가을이 떨어져 낙엽으로 진 이곳은

아직 남아 있는 나뭇잎이 그대로 꽃이 되었다

물속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지 못한다

가을은. 나무는. 풀잎은. 저 먼 산은.

그리고 나는.

고개를 숙여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나를.

고개를 숙여 소리를 들었다 고요의 전언을.

우리와 우리의 그림자는 마주 보며

서로가 자신의 그림자를 찾고 있다

삶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이곳은

물을 비추다 우리를 비추다

말 한마디 없이 끝도 없는 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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