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미의 산책

by 올제

(시) 개미의 산책 /올제




날 좋은 날 사람 신발 한 짝만큼을 걷겠다고

흙을 빻아 제 신발을 만들었다

오르막은 부러워서 싫다며

내리막은 억울해서 싫다며

편평한 평지에서만 걷겠다고 했다


어떤 날은 밥알 하나를 구하겠다고

사방을 헤매다가

인간의 발바닥에 밟힐 뻔했다

어떤 날은 개미 전용 길을 놓아달라 하다

돌멩이 수갑을 찰 뻔했다


메마른 땅바닥이 평등해서 좋다며

옆에 가는 개미도 앞에 가는 개미도

밥알을 고만고만하게 이고 가더라며

햇볕 내리쬐는 바닥을 같이 걷겠다고 했다


오늘은

비가 왔다

오르막은 감히 못 오르겠다며

내리막은 너무 미끄럽다며

여전히 그는

평지를 걷다가


물웅덩이에 빠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평지를

여전히 걷다가 그가


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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