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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Mar 06. 2016

추억의 만남

오십년  만의  동창모임

국민학교를 입학한지  어느덧 오십년 전이다.

불광국민학교에  하얀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1965년 여덟살 되던해 엄마손을 붙잡고 입학했다.

그후 삼년뒤 사학년이 되면서  더 어려워진 집안살림으로 산동네인 홍은동으로 이사가면서 홍제국민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낮선환경과 모르는 친구들 사이로 헤집고 들어기야 한다는 부담감에  며칠 밤을 뒤척였다.

낮선 친구과 새로운 만남에  부담되는 마음을 갖고 전학가는 아침날  어머니는 새옷을 준비했다고 옷을 한벌 꺼내 놓셨다.

난 그옷을 보고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윗도리는 그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한  누나의 흰브라우스를 줄여서  만든것이고  바지는 아버지께서 안 입는 기지바지를 줄여서 고무줄을 넣어서 만든 바지였다.

안가겠다고  울어대는 내 손을 붙잡고 어머니는 끌다시피 학교로 향했다.

마음씨 좋아보이는 중년 남자 선생님에게 떠맡기 듯이  나를 맡기시고  수도 없이 고개를 조아리며  부탁합니다를  연신 말씀하시며 서둘러 행상을 나가셨다.

난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섰다.

"오늘 전학온 학생이다  잘 맞이 해주고 사이좋게 지내라"

선생님은 나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셨다.

"내 이름 김재선 불광국민학교를 다니다 왔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웃기시작했다.

한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쟤 여자옷 입고 왔어요  단추가 꺼꾸로예요"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 치부가 아이들 앞에서 모두 보여지는것 같았다.

선생님은 교탁을 치면서  "조용 조용"  네자리는  이정수 옆자리다  가서 앉자라"  한친구가 손을 들었다.  난  그아이의 옆 빈자리에  가 않잖다.

첫 수업이 어떻게 끝난는지 모르게 끝났다.

선생님이 나가시자 아이들은 우르르 나에게 몰려 들었다.

"너 이거  여자교복이지  "놀리기 시작했다. 난 주먹을 불끈 쥐고  녀석의 얼굴을 갈겨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뒤엉키어  싸웠다.

그시간 교실 문이 열리고 선생님께서 들어 오셨다.

"뮈야 니들  " "넌 전학오자 마자  왜 싸워?"

"밖에 나가 손들고 있어"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불려갔다.

"얘가  먼저 여자옷 입고 왔다고 놀려습니다"

선생님께선 내옷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그만 웃고 마셨다.

난 그만 울음이 터졌다.

둘이 엉덩이를 세대씩 맞고 교실로 돌아왔다.그렇게  새학교 시절의 시작되었다.


그당시  서울 여러곳에는  달동네라는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사는곳이 여러곳 있었다.

대부분 차 다니는 신작로와는 먼  높은 언덕에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좁고꼬불 꼬불한 길의 운반 수단은 대부분 사람이 운반하거나 지게로 져 날라야 한다.

눈이 오거나 날이추우면 미끄러운 계단에서 많은 사고가 나서  미끄럽지 말라고 연탄재를 내다  버려 지저분했다.

언덕위  일명 산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집집마다 수도가 없어서 동네 한가운데 있는 공동수도에서 물을 받아다 먹었다 대부분 한지게에 4원정도 받고 물을 팔았다.

아침이면   공동 수도앞에  물통을 길게 늘어서고 지게로 져 날랐다.

가끔 나도 물지게를 져 날랐는데  어리다고 물을 반통씩만 채워주는데  이게 더 문제다

물통의 무게 중심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물동이 흔들리는 바람에  제대로 걷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일은 추운 겨울날 터졌다.

비가 오고 계단에 얼음이 언 아침에  난 반통의 물지게를 지고 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흔들리는 물지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계단에서 미끄러져  지게와 함께 아래까지 굴러내려갔다.

이마가 깨져서 피도 났지만 함석물통이 찌그러지면서 물이 다 새고 말았다.  그날 난 형에게 이마 다친것보다 물지게 망가뜨렸다고

야단을 맞았다.


이발소도  버스 정류장 있는곳에   가야 있고 비싸서 달동네 아이들은 좀처럼 가기 어려워  동네에 와서 머리 깍아주는 할아버지 손을 빌려 깍았다.

당연히  머리는 집에  가서 따로 감아야 했다.

 어떤 아이의 머리에 기계충이라고 불리는 부스럼이 생기는 병이 있으면  그날 머리  깍은 아이들은 모두 옮아서 모두 머리에 푸르스름한 약을 바르고 다녀야 했다.


그런 어린시절을 보낸 친구들을 오십여년이 되어서 다시 만난다는것이 설레이고 기대되지 않겠는가?

이제는 중늙은이로 변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  만나면 서로 알아 볼수가 있을까?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저쪽 한편에  내나이 또래  남자들이 몆명이 소줏잔을 기우리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혹시 홍제초29회 동창 모임 ᆢ"말끝을 흐리면서 그들의 표정을 살폈다.

"아닙니다"  왠지 좀 낮설다 했다.

종업원에게   예약되어 있는지  물었다.

  나는   미리 상을  봐둔 빈방으로  안내되었다.

열두명이 앉을 자리였다 .

시간이 지나고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남자가 일곱, 여자가 셋 이다

여자아이들 하고는 한번도 같은반을 해본적이 없어 낮설다. 남자  친구들도 너무 많이 변해서 낮설긴 마찬가지다.

술이 한잔씩 서너 순배가  돌고 옛날 이야기가 나온다. 가끔은 기억되는것이 있어 함께 웃는다.

소주가 몆병이 비워지자 붉으스레 한 얼굴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동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과거의 한순간 공유했던 인연은  우리를 과거로 되돌리고 충분한것이다.

술이 어느정도 되자  우린 자리를 바뀌  한잔 더하기로 했다. 그동안 술을 얼마나 마시며 살아 온건가? 술이 없으면 대화가  되지 못한다.

여자 남자가 따로없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이기기 힘들어서 그런건가? 아님  정말 반가워서 들뜬마음 이라서 그런건가?

이제는 음담패설도 서슴치 않는다.

옛 소녀적인 수줍음은 없어진지 오래다.

그렇게 초등학교의 설레이는 추억은 깨지고 있었다.

노래방으로 3차를 가자는  팀과  커피나 맥주로  마무리 하자는 팀으로 나뉜다.

시간도 많이 됐고  다음번 만남을 기약하면서 서둘러 헤어졌다.

왠지 다시는 만날것 같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면서 뒤돌아섰다.

5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긴엔

그만큼  공통분모는 적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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