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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Mar 15. 2022

스키 타던 날

다시 또 삶에 도전해야 하는 것

횡계의 바람은 생각보다 너무 거세다. 대관령 꼭대기부터 밀려오는 매서운 바람은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차갑고 날카롭다.

지난해 10월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고 몸을 추슬러 볼 요량으로 이곳까지 왔는데

이 엄청난  추위까지 이겨내야 한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스키복을 꺼내 입고 아내의 근심 어린 눈빛을 뒤로한 채 리프트에 올랐다.

발왕정상으로 다가 갈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진다. 하지만 눈을 덮어쓴 나무들은 아름답게  눈꽃을 활짝 피웠다.

바람에 나무에서 날리는 눈은 꽃잎이 떨어져 날리듯 향기롭다.

이제는 넘어져서 관절이라도 다치면 더욱 큰일일 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것과 답답함을 이겨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아직 서툴지만 정상에서 비탈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기분은 상쾌하다  못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뭔가 결단하고 도전하길 잘한 것 같다.

겨울 운동엔 역시 스키다.

살아 있다는 것 움직일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살아 있어야 모든 것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 된다.

모든 근심을 뒤로 한채 눈 위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이제는 다시 삶에 도전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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