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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Nov 15. 2022

설악 단풍

마지막 일지도 모를 등반

횡계로 내려와 있은지 한 해가 지났다.

작년 단풍이 끝나갈 무렵에 횡계에 조그만 집을 하나 빌렸다. 한 달에 걸쳐 두 번의  수술을 받고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추슬러 볼 요량으로 횡계에 있기로 한 것이다. 횡계엔 친구가  별장이 있어 가끔 내려오기도 하고  은퇴 후 내려와 사는 옛 직장  선배 부부도 있어  내겐 낯선 곳이지만  그리 외롭진 않은 곳이기도 하고 스키를 타거나 가끔 친구 별장에 여러 친구들과 모이기도  해서 좀 친숙한 곳이기도 한 곳이다. 그리고 걷기 좋은  숲길이 있어 몸을  회복시키는데 적당한 곳이기도 한 곳이다.  조금만 차를 타고 가면 경포 앞바다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설악산도 속초도 갈 수가 있다.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가 내려오면 가끔 바다에 가서 넘실대는 파도를 보기도 하고 한적한 남항진 횟집에 가서 회를 먹기도 해서  육식을 못하는 나로서도 좋은 곳이다. 해가 바뀌고 다시 가을이 됐다. 아내와 난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으로 설악의 단풍을 보러 가기로 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제법 날씨가 따뜻해서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될 것 같아  들뜬 기분으로 차를 몰았다.

평일인데도  입구 초입부터 사람들이 제법 북적거렸다. 예전에는 없던 권금 산장 있는 데까지 단숨에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예전에는 힘들게 올라 신년 해맞이를 하던 곳인데 이제는 언제든 올라 속초 앞바다까지 볼 수  있다는 게  참 편리해진 세상이다.

다시 내려와 흔들바위까지 걷기로 했다 조금 걷다 보니 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기다리고 있다.

얕으마한 돌담 위로 보이는 산봉우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커다란 돌을 겹겹이 쌓아 만든 돌담에 세월의 흐름이 담긴 것 같고 굵게 낀 이끼가  지난날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지나니 정겨운 찻집과 여름이면 많은 물들이 쏟아져 내려올 물길과 그 뒤로  멀리 울산 바위가 한 폭의 동양화같이 펼쳐져 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 보면  예전에 교과서에서 보던 흔들바위에 나온다. 내 기억으로  흔들바위가 엄청 크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다되어서 직접 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에 조금 실망했다

아내는 흔들바위까지 힘들게 올라왔으니 울산바위까지는 가지 않겠다고 해서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조금 오르다 보니  아내를 데려오지 않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거의 직벽으로 이천 개가 넘는 계단으로 계속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는 건 어찌하던 올라보겠는데 무릎관절이  안 좋은  나로선  내려올 때가 문제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간에 포기할 수 없고 이번에 안 오르면 해가 지날수록 오르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  계속 오르기로 했다. 흔들바위까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울산바위 오르는 사람은 몇 명뿐이었다.

오를수록 장관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한 발짝 한 발짝 겨우 끝까지 오를 수 있었다.

드디어 장엄한 울산바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라 속초 대포항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정말 멋지다.

이건 오를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정상은 해발 870m 정도가  된다. 저 멀리 몽골에서부터 불어온 찬 바람이 동해로 빠져나가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세찬 바람이 불어 제대로 서있도 힘들다.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천천히 한 계단씩 내려오면서  다시 이곳을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수도 없이 뒤돌아 보면서 눈과 가슴에 담아내 왔다.

힘들지만 올라온 보람 있었다. 또 하나의 추억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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