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 대학 친구가 오늘 집에 다녀갔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한 친구로 아이가 벌써 열 살이란다.
지병이 있어 남편과는 별거하고 여러 가지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사는 친구다.
다른 결혼한 친구가 아이를 낳았다고 선물을 사기 위해 딸과 만나고 헤어지기 전에 내가 아프다니 인사차 들른 길이었다. 빈손으로 오기가 뭐했던지 작은 꽃다발과 강아지 간식을 사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 몆만 원을 버는 그 친구로서는 거의 하루 일당을 다 썼을지도 모를 일이다. 꽃병에 꽂아놓은 꽃을 볼 때마다 왠지 마음이 애잔하고 아려진다.
그 친구가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하루에 오분 만이라도 잠깐설레는 행복으로 살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아니 살아갈 수가 있을 텐데ᆢ
힘들게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앞이 안 보이는 막막한 속에서도 막연히 내게도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을 붙잡고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는 게 다 그렇다. 한발 한발 미지의 세계로 걸어가는 게 인생이다. 그것도 나이가 들다 보면
그게 그거고 기대가 없어지고 포기가 되고 체념이 되고 이렇게 살다 가나보다 하는 게 인생이다. 흙수저가 금수저가 된다는 건 하늘에 별따기다. 그러니 용쓰지 말고 포기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인생에는 가끔은 웃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걸 자주 느끼려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눈높이를 낮춘다는 건 체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포기할 건 포기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 일수는 없다.
내가 먼저 행복해지지 않으면 남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것 같은 게 인생이다.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고 파도가 드셀 때도 있지만 아름다운 노을도 볼 수 있고 가끔은 무지개도 볼 수 있는 바닷가의 삶 같은 게 인생이다. 딸의 친구에게도 언젠가는 무지개가 뜨겠지 하는 마음으로 꽃병에 물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