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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Aug 16. 2022

걸으면 살 수 있을까?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작년 가을 또 암이 재발됐다. 수술을 해야 하긴 하겠는데 그 후 어디서 몸조리하며 지낼지가 걱정이 되었다. 십 년 전 처음 암수술을 하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지내볼 요량으로 충주 국망산 자락에 집을 지었는데 선교사 나갔던 딸이 몸이 안 좋아 들어와서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터라 그곳에선 함께 지내기가 그래서 서둘러 횡계에 있을 곳을 마련하고 수술을 받았다.

한 달에 걸쳐 두 번의 수술을 받고 횡계로 왔다.

횡계는 가을부터 봄까지 세찬 바람이 부는 곳이다.

유리창을 흔들어 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누워 봄 되길 기다렸다. 눈이 내리면 허벅지까지 내리는 곳이라 밖에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안 올 것 같은 봄이 횡계에도 왔다.

조금 기력을 찾은 나는 수술 전 봐 두었던 국민의 숲으로 갔다. 화타가 쓴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책에서 걸으면서 여러 가지 병을 고친 사례를 읽고 나도 꾸준히 걸어봐야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숲은 제법 넓고 평평한 숲길이라 노약자가 걷기에 좋은 길이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난 숲이 우거진 가운데 길을 걷는 걸 선호한다.

가운데 길로 한 바퀴를 걸으면 약 2km 정도가 된다. 처음엔 두 바퀴 도는 것도 좀 벅찼다. 봄이 되고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나면서 나도 두 바퀴에서 세 바퀴 네 바퀴  걷는 걸음수가 늘었다.

무더운 여름도 막바지가 되면서 어느새 일 년이 다돼가는 지금 다섯 바퀴를 걷는다. 그러면 하루에 10km 정도 걷는다. 시간상으론 약 세 시간 정도  걸린다. 아침 먹고 집안 정리하고 나가서 걷다 보면 하루 일과가 다 지난다. 그러니 밥 먹고 걷는 게 내겐 하루 일과 인 셈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다섯 바퀴 도는 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네 바퀴째는 맨발로 걷는다. 그리고 다섯 바퀴째는 다시 운동화를 신고 걷는다

고난의 길을 걷는듯한 맨발로 걷고 나서 신발을 신으면 마치 구름 위를 걷듯이 포근하고 얼마나 편하지 모른다. 그러니 신발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걷다 보니 다리에 근육도 생길뿐더러 뱃살도 빠지게 되었다. 높았던 혈압도 정상이 되었다. 아프다고 누워있지 말고 조금씩이라도 걷는다는 건 참 중요한 일이다. 몇 달 전 중풍이 왔는지 좀 어눌하게 힘들게  걷던 노인 한분이 있었다. 키가 작은 아내가 앞에서 걷고 뒤에서 비틀거리며 따라 걷던 분이셨는데 얼마 전 보니 혼자서 걷고 있는 걸 봤다. 그러니 걷는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내가 걸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일인지 모른다. 사랑하는 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면 걷는 것도 즐겁다. 가까운 지인과 마음속의 이야기를 나누면 걷는 것도 행복하다. 혼자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걷는 것도 좋다. 그렇게 걷다 보면 숲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느낀다. 땅에서 나는 풀처럼 마음이  낮아지고 숲처럼 푸르러지고 나무처럼 자라나는 것 같고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난 숲길을 걷는 게 좋다.

오늘도 집안일을 서둘러 끝내고 난 숲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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