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의 손편지[218]
은행 돈만큼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써본 사람은 압니다. 은행 돈은 일
요일도 공휴일도 없이, 1년 365일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이자를 붙입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은행 돈 무서운 줄 알라’는 경구입니다.
모두들 말로는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르냐고 하죠. 그렇다고 사람들 언행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듣지 못했습니다. 세월의 속도를 실감한다면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게 시간이겠죠. 이를 과학이 설명해 줍니다.
지구의 자전속도를 기준으로, 1초라는 세월의 속도가 어느 정도 빠름인지
수학적으로 계산해 낸 것입니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초당 430m. 이는
초당 승용차 27m, KTX 83m 보다 16배, 5배나 빠른 속도입니다.
우리 눈앞에서 KTX보다 5배나 빠른 물체가 지나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속도로 후딱 지나가는 것이 세월입니다. 세월의 속도를 이해한다면,
촌음을 아끼란 말이 더 실감나겠죠.
현대그룹 창업자 아산 정주영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어언 20년입니다.
3월 21일이 그의 20주기였지요. 정주영 회장은 누구보다 빠른 세월을
실감하고 시간을 아낀 사람입니다.
그는 젊어서부터 새벽 4시에 하루를 깨우고 일을 시작할 만큼 한국의
대표적 ‘얼리버드’로 소문났었지요. 가회동의 새벽을 여는 발자국 소리는
늘 정주영의 것이었고, 그와 함께 한 현대가의 아들들이었습니다.
가방끈은 짧았어도 우리나라 경제에 끼친 영향과 파급효과는 지대했지요.
그의 말과 행동, 삶과 생각은 서울대 경영대학을 비롯해 각 대학에서
<정주영론>을 다투어 개설할 만큼 학문적 연구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옛날의 하층민은 신분이라는 굴레를 쓰고 일생을 운명처럼 살았다지만,
현대의 빈곤은 무늬만 평등사회에서 ‘루저’라는 끔찍한 명패를 달고
세상을 살아야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생에 실패는 없다’고 주창한 이가 아산 정주영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하고 불운한가?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이라면
정주영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차고 넘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주영 20주기에 생각하는 것은 그의 이력이 고난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이 되고, 산 교훈이 되어서입니다.
그가 생전에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전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 경영철학이
담긴 여러 책들, <이 땅에 태어나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세기의 가교> <아산 정주영과 나> 등이 그것을 일깨워 줍니다.
정주영이 이처럼 여러 권의 책을 낸 것은, 한 가지를 좀 더 설명하고
싶어서라고 밝혔습니다. “확고한 신념 위에 최선의 노력을 보탠다면
성공의 기회는 공평하게 찾아온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함”이라고.
정주영의 삶은 보편적 ‘인생사전’입니다. 폭넓은 인생 지침서이며, 자기
계발서이고, 인생문제의 도전서입니다. 그러나 복잡할 것 같은 정주영
인생사전도 집약하면 17가지 쉬운 문장에 다 녹아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그의 말 한 마디가 시름에 잠겨 있는 우리에게
꺾인 무릎을 펴게 하고 쳐진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용기와 응원이 되길
바란다면,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볼 일입니다.
*운이 없다고 생각하니 운이 나빠
진거야.
*일은 확신 90%, 자신감 10%로
밀고 간다.
*사업은 망해도 괜찮지만 신용을
잃으면 끝이다.
*위대한 사회는 평등한 사회다.
*노동자를 무시하면 안 된다.
*고정관념이 멍청이를 만든다.
*실패는 일한 사람의 자세에 있다.
*누구든지 신념에 노력을 더하면
해낼 수 있다.
*부(富)의 근원은 근검에 있다.
*열심히 아끼고 모으면 큰 부자는
못돼도 작은 부자는 될 수 있다.
*불가능하다고? 해보기는 했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시련은 시련일 뿐이다.
*기업의 생명은 경쟁이다.
*신용은 곧 자본이고, 신용은 가장
큰 자산이다.
*경제에 기적은 없다.
*나는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다.
노동으로 재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자기 이름으로 일하면 책임 전가를
못한다.
*길을 모르면 찾아가고 길이 없으면
닦아가야지.
ㅇ
글 이관순 소설가/ ks81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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