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귀한 선물

이관순의 손편지[17]

by 이관순

2020년 6월 하순, 제주 앞바다에서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어요. 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등에 업고 나타난 겁니다. 부패가 시작된

새끼를 주둥이로 받아 등에 올려놓고 며칠을 그렇게 다녔다고 해요.


고래가 출산하면 처음 하는 행위가 새끼를 물 위로 올려 숨을 쉬게 하는

것이랍니다. 이를 전문가들은 포유류의 본능적 모성애라 말해요. 어미는

새끼가 죽은 것을 모른 걸까? 알면서도 살아날지 모른다는 희망에

기대는 걸까? 돌고래의 갸륵한 모성을 봅니다.


펭귄의 새끼 사랑도 눈물겹습니다. 물범의 공격을 피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덩이에 새끼들을 올려놓고 물범을 방어하는 모습은 어느 모성애에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지요.


알이 부화될 때까지 그 긴 시간을 쫄쫄 굶은 채 찬바람을 맞으며 알을

품는 펭귄 아빠는 또 어떤가요? 본분을 다한 후엔 탈진한 몸을

뒤뚱거리며 거룩한 죽음의 길을 찾아가는 펭귄 아빠입니다.


이처럼 동물세계도 부모의 성애가 거룩한데, 인간 사회에만 아동 학대란

용어가 횡행합니다. 잊을 만하면 터지고 또 터져요. 심각한 건 친부모가

방관 내지 가담한다는 사실입니다. 아동학대 8할이 그렇다고 합니다.


9세 남아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발버둥 치다가 숨진 비보는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또래의 여아는 멍투성이가

된 몸을 하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쇠줄에 묶여 파이프로 맞고, 달군 팬에

손가락을 지졌다는 대목에선 숨이 막힙니다.


오늘도 잔인한 아동학대 소식이 또 들렸어요. 집은 아이들에게 가장 보호

받고 사랑받을 곳이어야 하는데, 어린것들이 이런 생지옥을 어떻게

견디었을까. 부끄러운 것은 나만이 아닐 것입니다.


제목도 작가도 잊은, 줄거리만 기억하는 소설입니다. 소심한 아빠와 드센

의모 틈에서 어린 아들이 학대를 받다가 끝내 죽음에 내몰리는 비극을

다룬 글이었어요.


건장한 몸을 갖고도 마음이 여린 아빠는 전처가 난 아들을 학대하는 새

아내를 막지 못합니다. 빤히 알면서도 더 큰 탈이 날까 봐 눈을 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기차에 치어 사망하자 남자가 폭발합니다.


쌓인 분노와 죄책감이 마그마로 끓어올라 분출한 겁니다. 새 아내와 그녀

아이까지 살해합니다. 재판을 마치고 정신병원으로 호송되는 남자. 차를

타고 가는 아빠의 손에는 아직도 죽은 아들의 털모자가 들려 있습니다.


자식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부모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아픈 일입니다.

유명 가수에서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굴곡의 삶을 사는 가수 김민우를 TV

‘인생 다큐’에서 만났습니다.


젊은 아내가 3년 전 죽고 하는 일마다 꼬여 건강까지 악화된 그가 마지막

선택을 위해 생의 벼랑 끝을 서성입니다. 내가 떠나면 혼자 남을 13세

딸의 모습을 떠올릴 때, 갑자기 그에게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더 이상 나빠질 게 뭐 있지? 이젠 좋아지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겨울이

가면 내게도 봄이 오지 않을까?” 위기의 순간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그 후, 딸과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갔습니다. 밤하늘을 보던 딸이 마음의

빗장을 풀고, 아빠는 딸의 마음속 언어를 듣습니다. “나 혼자서 집을

나가 살까 했어. 며칠이라도.”


당황한 아빠에게, 딸의 다음 말이 큰 울림을 줍니다.

“엄마가 그렇게 갔잖아. 아빠도 언제 또… 두려웠어. 혼자 남는 게 어떤

건지 미리 경험해 보고 싶었어.”

아빠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아버지 사랑을 모르고 자란 자신이 원망스럽고, 사랑을 모르고 자랐으니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른다는 게 딸에게 미안했습니다. 그 생각이 늘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었습니다.


엄마 떠난 뒤 부쩍 성숙해진 딸을 봅니다. 딸이 무거운 아빠의 얼굴을

보고 분위기 반전을 시도합니다.

“아빠 내 소망 모르지?”

“소망? 그게 뭔데?”

“술 공장 담배 공장 폭 망하는 거!”

“뭐야? 그건 너무 리얼하다!”


부녀가 함께 천진스레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폭 망하라는 딸의 말에는

아빠에 대한 연민과 두려움이 배 있습니다. 딸이 아빠의 품에 안깁니다.

사랑하고 보살피고 안식을 주는 부모와 가정이 아이에게는 천국입니다.


언젠가 오프라 윈프리가 피를 토하듯 한말은 “내가 수천 번 넘게 말했지만,

세상에서 부모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직업은 없다.” 그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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