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Bucket List)
이관순의 손편지[38]
한 때 '버킷 리스트' 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정해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대바람처럼 숨 가쁘게 살아온 사람들이 지난 삶을 후회하고, 남은 시간이라도 자신에게 투자해 보겠다는, 그 태도는 가상한 일입니다.
평생 마구 굴린 자신에 대한 보상이란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부추긴 것은 영화 ‘버킷 리스트’입니다. 잭 니콜슨(잭), 모건 프리먼(카터) 두 배우가 남은 삶을 해학 속에 말아내며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누구나 딱 한 번 살다가는 인생. 똑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어도 끝에서 만나는 것은 똑 같은 죽음이란 종점에서죠.
영화는 죽음이란 문제와 마주섭니다. 가난하지만 평생을 가정에 헌신해온
자동차 정비사 카터, 자수성가한 백만 장자이지만 성격이 괴팍해 친구가 없는 잭.
이들이 닮은 건 하나 뿐,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과 그 끝이 시한부라는 것.
이야기는 잭이 먼저 입원한 카터와 만나며 시작됩니다.
어느 날 카터가 버린 메모를 본 잭이 남은 인생을 사랑하자며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이제껏 열심히만 살아온 자기 자신에게 바치고 싶은 헌사 같은 것이랄까, 그래서 둘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실행에 나서게 됩 니다.
자동차 경주, 에어 다이빙, 사파리 사냥, 피라미드에서 노을보기, 히말라야 비행,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키스하기, 눈물 날 때까지 웃기... 버킷리스트는
죽음 문턱에서도 이어집니다.
히말라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천국 정원에 난 무수한 구멍들”이라 읊고, 장엄한 피라미드 노을 앞에서는 “이 세상에 번개 맞은 개는 이집트에만 있다”는 멋들어진 대사를 남기네요.
장례방법을 놓고는 서로 엄살을 떱니다. 매장? 난 폐쇄공포증이야 깨나면 무섭잖아.
화장? 엄청 뜨거울 거야. 못 참으면 어떡해. 월트 디즈니처럼 냉동인간? 껄껄 웃으며 죽음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웃고픈' (웃고 있으나 서글픈) 감정을 이입시겨 줍니다.
여행을 통해 잭은 틀어쥐고만 있던 돈을 유용하게 쓰는 법을 배우고,
카터는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잭에게 선물합니다. 하지만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의 모습은 크게 대조를 이룹니다.
가족들의 환대를 받는 카터.
아내도 딸도 모두 떠난 호화 저택에서 인스턴트 음식을 데우다 집어던지는 잭. 카터는 따뜻한 가족애를 나누는데, 잭은 창가에 머리를 대고 울기 시작합니다.
불행은 카터가 쓰러지며 찾아옵니다. 잭은 병원으로 달려가고, 병실에서 만난 둘은 리스트에 남은 ‘눈물 날 때까지 웃기’를 시작하죠. 마음이 짠해집니다.
잭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카터가 손에 쥐어준 편지를 읽어 나갑니다.
“삶은 강으로 흐르는 시냇물이라 했네. 물결 따라 흘러가게. 꼭 기쁨을 찾아가게”
카터의 장례식에서 잭이 추모사를 합니다. “그가 산 마지막 석 달은 내게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내 인생을 구해주었고, 서로의 인생에 기쁨을 줬습니다.”
잭은 친구의 부탁대로 척진 딸을 찾아가 처음으로 손녀딸과 조우합니다. 남은
버킷리스트인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와 키스하기”에 성공하는 순간이지요.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하루 분투하는 73억 시한부 인생에게 바치는 영화’ ‘인생은 끝에 설 때 가장 자유롭다.’ ‘그들 최고의 버킷 리스트는 마지막 순간 최고의 친구를 만난 것.’ 한 줄 한 줄의 영화평도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전하는 매시지는 분명합니다. 죽어서 신 앞에 설 때 신이 묻는
두 가지 질문. 카터가 잭에게 한 말인데 꼭 내게 묻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당신의 인생이 타인을 기쁘게 해주었는가?”
* daumcafe/leeletter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