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아이큐(IQ)'에 대해

이관순의 손편지[30-25]

by 이관순

‘금융 아이큐(IQ)’에 대해


부자에도 부류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제힘으로 남보다 넉넉히 사는 촌부자,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떼부자, 겉보다 실속 있는

알부자가 있어요. 요즘엔 으뜸가는 부(富)를 재벌(거대 자본의 기업·기업가)

이라 부릅니다.


돈의 위력은 막강합니다. 하지만 돈이 사람에게 군림하면

바른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떼부자가 돈 쓸 줄을 몰라 졸부 증후군에 빠지고,

멀쩡한 집안을 패가망신시키니까요. 버는 것보다 쓰는 법이 더 중요한 게 돈입니다.


그러니 교육을 탓할 수밖에요. 학교가 돈을 위해 일하는 방법은 가르쳐도

돈에 대한 가치관이나 돈을 관리하는 방법은 심어주지 않았으니까요.

돈은 자본주의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인데, 정작 교육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돈에 대한 관념을 바로 심어주고 ‘금융 IQ’를 키우는 교육을 하라.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의 주장입니다.

그는 “돈을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만들라”라고 했어요.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많은 물의를 일으킵니다. 내 땀과 눈물이 밴

돈만이 내가 조정할 수 있는 돈이란 신념을 갖도록 사회가 더 힘써야 합니다.


지난봄, 주총 시즌이 있었어요. 회사는 주주와 마찰 없이 잘 끝내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따라 긴장감이 돌고 고성도 터집니다.

주총이 축제의 자리가 되면 안 될까? 가을 추수를 끝내고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내년을 기약하는 그런 자리 말입니다.

아쉬움이 들 때, 한 회사의 주총이 신선함으로 다가왔어요.


부드러움과 진지함과 자신감이 밴 주총입니다.

주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작은 음악회를 식전행사로 준비했다가 코로나로

취소했다는 전언은 신선하고 멋스러웠어요. 세계 온라인 시장에 침대와

가구를 생산 판매하는 1조 클럽의 회사(ZINUS) 얘기입니다. 총 2시간 40분 중

2시간을 주주와 질의응답으로 보낸 것은 색다른 볼거리였지요.


40년 된 이 회사엔 업무용 차와 비서진이 없습니다.

회장부터 전용차나 비서가 없고, 다른 임원과 같은 규모의 사무실을 씁니다.

카펫이 깔리지 않은 방엔 책상과 책장, 보고자가 앉을 의자 하나뿐, 소파나

그림 한 점 없습니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회장부터 아래 직원까지

한 팀원임을 느끼게 하는 회사. 그래서 주총 분위기가 달랐구나.


5월에 그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대주주인 회장이 배당금 전액을

회사에 내놨다는 주총 보고 내용을 묻고 싶었어요. 그러자 “회사는 어렵지 않지만

코로나 상황이 지속될 텐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란, ‘쿨’한 답을 듣습니다.

더 놀라운 건 딸까지 수억 원의 배당금을 포기했다는 겁니다. 아들은

애초부터 주식이 없었고요.


딸이 주식을 갖게 된 이야기는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회사가 파산위기에 몰려 화의 신청을 하던 해, 딸 결혼이 겹쳤습니다. 하나뿐인

딸인데 평생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어렵게 1억 8천만 원을 만들어

전세 집을 마련해 주었답니다.


1년 뒤, 딸 내외가 찾아와 봉투를 내밉니다. “뭐냐?” “아빠에게 빌린 돈 예요.”

순간 아찔했다고 합니다. “이 돈은 아빠가 준 거야. 빌려준 게 아니야.”

진심을 전했지만 딸은 극구 아빠 돈이라며 내놓은 봉투를 거두지 않고 갔습니다.


이건 딸 돈인데...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망했다고 투매하는

자사 주식을 샀답니다. 딸이 맡긴 액수만큼 딸 명의로 헐값에 상당량을 사둔 겁니다.

그 후 잊고 지내다가 회사가 회생하고 지난해 재상장을 하면서

휴지 같던 주식이 대박을 터드리게 됐다는 스토리입니다. 지금도 딸은

그 주식의 소유는 아빠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자녀 모두 아버지 회사에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훗날 아버지가 지분이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든 노터치랍니다. 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물의를 빚은 재벌가의 재산분쟁이 끊이지 않는데 말이에요.

“그 짐 하나는 일찍 덜었다”는 말로 편한 웃음을 주고받습니다.


경영권도 권력인데 어떻게 먼산바라기 할까? 나름 그 배경을 둘로 생각합니다.

‘금융 아이큐’가 높거나, 원칙주의자이거나. 결혼지참금을 굳이 빌렸다며 내놓은

딸과 끝까지 딸의 돈으로 생각한 아버지. 여기서 높은 금융 아이큐와

원칙을 봅니다. 그 결과가 생각지 않은 부를 가져온 것이죠.


주위에서는 앞으로 그가 보일 행보에 관심을 갖습니다. 걸어온 역정이

그래 서겠죠. 그는 매스컴에 얼굴을 내미는 일이나 강연 요청을 사양합니다.

기업 인생 40년인데, 지금도 승승장구하던 초년기의 교만했던 모습을 주기도문처럼

입에 달고 자신을 살핍니다.


❝꽃이 피면 향이 납니다. 향을 지니고 있으면 굳이 손짓할 필요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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