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 대한 비망록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아빠라는 존재를 알려준 건
엄마의 몸의 변화였단다.
그렇게 너는 찾아왔고 초음파 화면을 통해 생명의 존재를
알려주었단다.
한 주, 두 주가 흘러 어느 순간 큰 울음소리와 함께
똘망한 너의 두 눈을 나와 마주치면서
너의 눈빛과 울음소리로 나에게 아빠란 것을 각인시켰단다.
새근새근 너의 숨소리, 젖 비린내,
시큼하고 쿰쿰한 너의 배설물들...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신비하기만 하였단다.
그렇게 너는 네 발에서 두 발로 이 세상에 적응해 나가며,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옹알이에서 말을 시작하였단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고집과 생떼를 부리며
사람이라는 존재를 확실시하였단다.
무럭무럭 자라며 친구를 알고, 글을 알고,
사회를 관찰하고 배워가고, 알아가면서 순식간에 커가더구나.
어릴 적부터 너무 예뻐서 잘 때나 옆에 있을 때나 항상 입맞춤을 하였는데..
조금씩 커가면서 거부도 하고, 이제는 아빠보다 친구를 더 중요시하는구나.
그러던 어느 날 육체의 변화 속도보다 생각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시기에
내 옆에 다가와 수줍은 듯 웃으며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과 함께 남긴 너의 입맞춤에
너와 함께 해 온 십여 년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치더구나.
너와 더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조금 더 이해해주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과
이제는 너를 사회로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슬픔에 목이 메는구나.
조금 더 커서 네가 어떻게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할지 궁금하면서도 조금만 시간이 더디게 흘러 너와의 추억을 많이 남기고 싶은 욕심만 가득한 그런 하루의 시간을 나는 오늘 보내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