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와 성당

by 속초순보기

오래전 동네에는 동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사라는 것이 있었다.

마을 제사는 연초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준비를 하고, 성황당에서 지냈다.

성황당은 마을의 수호신이었기 때문에 제를 지내지 않으면 마을에 동티가 나서 반드시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다. 제를 지내지 않으면 나쁜 일이 생기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제를 준비할 때는 금기 사항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반드시 남자들이 준비하고 제를 지내야 했다.

여자들은 절대 관여해도 안되고, 그 근처에 얼씬 거려도 안되었다.



한국전쟁이 터졌다. 마을의 남자들은 전쟁 중에 죽거나, 군에 끌려가 동네에는 여자들과 아이들만 남게 되었다.

전쟁 중이라 일 년에 한 번 지내는 제를 두고 어찌할지, 여자들이 모여 의논을 하였다. 지금까지 마을 제사는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고, 남자들의 전유물이었던 터라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을의 안녕도 안녕이었지만, 전쟁터에 나간 남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제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결정적인 안을 내신 분은 동네에서 가장 어르신인 외할머니셨다.


물론 전쟁통이라 남자들이 없었기도 했지만, 남자들이 준비하는 것보다 더 정성을 들이고, 외할머니는 이미 산만큼 살아서 괜찮을 거라고 설득을 했다. 외할머니의 설득으로 제를 위한 준비는 모두 외가댁에서 이루어 졌다. 음식 준비에 참여할 사람이 정해지고, 부엌에는 금줄이 띄어졌다. 준비에 참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부엌 밖에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부엌에서는 음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동네에서 떠돌던 개 한 마리가 갑자기 부엌으로 들어가 음식 한 조각을 물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순간 발생한 일로 망을 보고 있던 사람들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음식을 준비하던 여자들은 " 큰일 났다. 큰일 났어, " " 부정 탔다, 부정 탔어"를 외치며 부엌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갑자기 외할머니가 입에 거품을 물고 넘어지면서 기절하였다.


당시 방학이라 할머니 댁에 와 있던 손주가 달려왔다. 외할머니의 큰아들, 즉 외삼촌은 기관사로, 북한 원산에 집을 두고 있었다. 손주는 전쟁이 터지기 전 할머니 댁에 왔다가, 전쟁이 발발하여 , 부모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외갓집에 머물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사람들을 몰라 보기도 하고, 시비를 걸기도 하였다. 평소 동네에서 인자하기로 평판이 좋았던 터라, 동네 사람들은, 부정 타서 미쳤다 라고 이야기했다.


한 달여 가량을 상태가 호전이 되지 않자, 미친 사람은 역시 굿을 해야 한다고 하여 굿을 하였다. 굿을 하여도 좋아지기는 커녕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안타깝게 여긴 이웃 아주머니가 미신을 믿다 미친 사람은 교회에 가야 낫는다며 할머니를 교회에 보내라고 했다.


읍내에는 유서 깊은 천주교회가 있었다. 백 년도 넘었다는 교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신앙으로 불치병을 고쳤다고 했다. 특히 외할머니처럼 미친 사람은 특히 교회가 즉방이라고 했다.


외할머니댁은 미신을 믿고 있어, 연초만 되면 집안 곳곳에 집안을 지켜주는 귀신이 있다고 믿어, 제사를 지내고, 무당을 믿었다. 손주는 1시간 거리의 천주교회에 신부님을 만나러 갔다. 첫날은 만나지 못하고,

몇 번을 방문하여 신부님을 만났다. 그러는 동안 외할머니의 미친 행동은 동네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등 도를 넘는 행동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아예 외할머니를 피해 다녔다.


손주의 이야기를 듣고 신부님의 가정방문이 이루어졌다. 정신이 나간 외할머니의 이상한 행동은 날로 심해졌고, 드디어 신부님이 방문하시는 날이 되었다. 외할머니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신부님이 마당을 들어서자 외할머니는 갑자기 조용해지고, 이불속으로 숨어들었다.

신부님이 말을 좀 하자고 이야기해도 외할머니는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점점도 이불을 감싸 쥐고 꼼짝을 하지 않았다. 걱정이 된 동네 사람들이 이불을 벗기려고 해도 벗길 수 없게 되자, 신부님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기도는 한참 동안 이루어졌다. 그렇게 신부님은 매일 집으로 방문하여 기도를 해 주셨다.

이상하게도 기도하는 중에는 할머니가 조용해지고,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부님이 돌아가시면, 정신이상 상태로 돌아갔다. 신부님은 교회에 모시라고 하셨다. 그리고 외할머니를 교회에 모셔가는 날 아침이 되었다.


신부님은 마당에 도착해 계시고, 손주는 외할머니를 모시러 방으로 들어갔다. 외할머니가 없어졌다는 손주의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외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찾지 못하고 포기 상태가 되어, 주변이 조용해지자, 장롱에서 모습을 드려냈다.


안 가겠다며 난리를 피우시던 외할머니가 신부님이 기도를 시작하자, 순해지기 시작했다. 기도가 계속되자 외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다녀올게... 하면서 신부님을 따라나섰다.


외할머니는 3개월 동안 신부님의 지도 아래 천주교회에서 지내셨습니다. 덕분에 외할머니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시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시면서 천주교 신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동명동 성당을 방문, 어머니의 이야기를 남겨 봅니다.




속초에는 한국전쟁 중 지어진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건축물 동명동 성당이 있습니다.

동명동 성당은 2018년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신청을 했고, 2020년 6월 4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들께서 현지실사를 나왔다 가셨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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