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행을 통해 발견한 관계의 아름다움

by 속초순보기


나이가 들면서 삶에 대한 시각은 점차 깊어짐을 느낀다.


60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변화 중 하나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생긴다는 점이다. 백 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아도, 직감이나 감각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그 사람의 성격, 취향, 관계 성향 등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웃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말투, 억양, 표정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한 성향이군’,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내가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감정이 스며든다.


그저 스치는 인연처럼 보이는 관계가 단순한 우연을 넘어, 때로는 의도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지난주, 나는 여행길에서 만난 이웃들과 즉석으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근황을 나누던 우리는 갑작스레 서울의 명소 한 곳을 방문해 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다.


나를 제외한 두 분은 서울에서 오래 거주한 분들이었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여러 후보지 중에서 길상사를 최종 목적지로 정했다. 길상사는 모임 장소에서 꽤 먼 곳에 위치해 있었고, 간선버스와 지선버스를 번갈아 타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고 탑승하는 동안, 이웃 중 한 분은 따뜻한 말과 세심한 배려로 모두를 챙겼다.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조금 거리가 있으니 여기 앉아요.’

‘흔들리니까 잘 잡아요.’라며 끊임없이 우리의 안전을 신경 써 주었다.


하차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미리 준비할 것을 알려주고, 내릴 때 위험하지 않을까 행동을 살피는 등 그의 작은 배려는 편안하게 만들었다.


또 다른 한 분은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억을 가진 분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길상사의 풍경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풀어내며, 마치 안내자가 된 듯한 모습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모임이 끝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토록 친밀한 사이였던가?’


사실 우리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나 두 번째로 만난 것이 전부였다.


사람들은 흔히 여행을 통해 상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릴지도 모른다.


반나절 동안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행동과 태도를 보며 ‘이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 마음을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신뢰감이 생긴 것이다.


길상사를 거닐며 나눈 대화 속에는 삶의 풍경들이 스며들어 있었다. 젊은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현재의 일상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위로가 우리를 더욱 가까워지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보여준 따뜻함과 열린 마음이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그날의 따뜻한 기억은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60대가 되면서 사람을 보는 눈은 단순히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와 연결된다는 것을 배웠다. 어쩌면 이는 나이가 주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우리는 더 이상 모든 것을 혼자 짊어지려 하지 않고,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 속에서 만난 두 이웃은 내게 단순한 동행자를 넘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소중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서로를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작은 만남과 행동 속에서도 진심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 진심이야말로 관계의 시작이자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핵심이 아닐까.


앞으로의 삶에서도 이런 따뜻한 관계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나도, 나를 만나는 그들도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으로, 위로를 받고, 응원하면서 아름답고 따뜻하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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