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중 여유보다 망중한

by 속초순보기

오늘은 자가격리 2일 차이다. 1일 차인 어제는 하루 종일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방에서 거실로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별라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 별별 생각 중 황당한 생각도 들어 있었다.


옛날 선조들이 유배지에 위리안치되어 밤하늘 별을 쳐다보던 모습과, 가택연금당해서 주변에 경찰이 집 주위를 지키고 있는 장면 등등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내가 뭐 독립운동한 것도 아니고,.. 민주화 투사도 아닌데.. 참 황당하군)

어쨌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고 “ 이불 밖은 위험하다” “ 집 밖은 위험하다”라는 말이 자주 들렸다. 정말 그땐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나가지 못하게 되니, 이불 안, 집안이 가장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생활에 리듬이 깨진다. 평범했던 일상이 깨진 것이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다시 다음날 아침이 되는 습관 된 일상이 다 깨졌다. 차림새도 꾀죄죄해졌다.

이 깨졌다.

오랜만에 강제로 주어진 휴식은 달콤할 줄 알았다. 일상의 습관이 깨져 버리니까 불안해졌다.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고 해도 밖의 연결고리가 다 흩어지는 느낌이고, 나만 내쳐진 것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밖의 세상과 연결통로인 핸드폰만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아파트 창문 밖으로 들리는 자동차 소리에도 민감해진다. 혹시나 배달시키지도 않은 택배가 오는 것은 아닌가... 억지로 밖의 상황과 연결하려고 애쓴다.

이참에 밀린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면서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했던 계획은 혼자라는 불안감에 개뿔.. 생각뿐이다. 책 한 줄 읽다가, 요즘 유행한다는 노래를 듣다가도 내가 소속된 직장이 궁금해지고, 금방 시들 해지고 멍해진다.


그리고 왜 밖에서 해야 할 일만 떠오르는 걸까. 약 올리듯 바람은 창문을 세게 흔들고 지나간다.

그 많던 톡과 전화는 왜 안 오는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드디어 전화 한 통이 왔다. 울리자마자 번개 치는 속도로 벌떡 일어나 바른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직장 선배의 퇴임식이 있는 날인데 왜 안 오냐는 동료의 전화였다.


오늘이 21일, 직장선배는 21년 21일 퇴직한다고 했다. 늦게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멘토 역할을 해 주었던 선배이기에 퇴임식에 꼭 가려고 했다. 같이 근무한 동료들끼리 퇴임식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1시간 후 퇴임식에 다녀온 동료들이 상황을 전해왔다.

그러고 보니 나도 6개월 후면 업무는 종료되고 연수에 들어간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직장과는 완전 이별이다. 그렇담 그 이후에는? 지금은 강제 자가격리지만 그때는 스스로 자가격리가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가 격리하는 지금 이 시간!! 인생 2막을 위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삼자.


세상을 살다 보니 누구에 의해서든, 나에 의해서든 일어난 모든 일들은 다 약이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추억이 되더라 라고 말씀했던 어머니의 말처럼 지금의 순간도 소중한 시간 이리라.


1년 후 혼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한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하자. 혼자 있는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 지금부터 준비를 잘한다면 퇴직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에도 익숙해지고, 공허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나중은 나중이고 그래도 망중한이 최고이다. 바쁜 와중에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여행도 가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머니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