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분단의 아픔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도시이다. 그 대표적인 장소를 꼽으라면 단연코 아바이마을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곳은 외옹치 바다향기로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외옹치는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야트막한 동산을 따라 형성된 둘레길에는 군인 초소와 함께 철조망이 둘러 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65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그곳에 2018년 그 비경을 드러내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둘레길의 이름은 바다향기로이다. 이름에 걸맞게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바다 비경과 함께 동해바다의 싱그러운 내음이 1.74km를 감싸고돌고 있다.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천혜의 비경으로 순식간에 유명해지며 많은 사람들이 방문을 하였고, 여전히 속초에서 가보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관광 포인트가 되었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외옹치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의 바다 산책로이며, 출입은 양쪽 다 가능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기암괴석들이 수천 년 동안 파도와 싸워 제각각의 형상을 하고 있는 암석 관찰 길, 1970년 무장공비 침투로 2미터 높이의 철책과 감시초소를 그대로 남겨둔 안보 관찰 길,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하늘데크길, 해풍에 사그락 거리며 흔들리는 대나무 명상길로 이루어졌다.
한국전쟁 때부터 입장이 불가하였던 둘레길에서는 온몸으로 바다를 느끼며, 파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걷을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발길을 멈추게 하는 우리나라의 야생화들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비경 빠져 홀연히 걷는 산책길은 이내 철책선으로 이루어진 안보체험길에 닿는다. 아름다운 경치만을 생각하다 보게 되는 철책선은 드넓은 동해바다와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가로막는 것은 시야뿐이 아니다. 가슴까지 막아 버린다.
안보체험길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화합의 악수, 사랑의 하트, 와 6.25 전쟁, 흥남철수, 아바이마을 등 철책선이 만들어진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조형물들이 있다. 분단이라는 현실 때문에 생겨난 여러 장치물들은 우리가 평소 접해 보지 못한 조형물들로 푸른 동해바다를 가로막고 있어 예사롭지만은 않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철책선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답답하다. 조각조각 이어 붙인듯한 사이로 보이는 바다는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해주는 듯하여 당장이라도 걷어 내고 싶어 진다. 그런 철책선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철책은 대부분 왜 다이아몬드 모양일까? 보석 중에서 가장 고귀하다는 다이아몬드가 왜 철책의 모양으로 쓰였을까?
다이아몬드는 자연산 광물 중 경도가 가장 놓은 단단한 광물이라고 한다.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면 단단한 다이아몬드 여야 할까? 다이아몬드처럼 강한 철책을 만들기 위해 모양을 다이아몬드로 만들었을까?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연결된 철책선은 이념은 이념대로, 대립은 대립대로, 갈등은 갈등대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과 연결되어 답답하다.
그렇다면 철책선을 하트 모양으로 만든다면 어떻까? 말랑말랑한 하트라면 가로막는 철 색선이라도 해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고, 답답함도 덜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