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는 고양이가 매일 어슬렁 거린다. 이 고양이는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면 귀신같이 알고 쫓아온다. 한겨울에는 차량 앞에서 따뜻한 햇빛을 받고 앉아 있다가 사람이 나오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기도 하고, 차량 뒤에서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냐아~옹하고 울어댄다.
고양이의 울음은 존재를 알리려는 듯한 애처로움이 묻어 있다. 애처로운 울음에 응답을 하려는 듯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나도 고양이 울음을 낸다.
냐아~ 옹!! 하면 이 녀석 그 자리에서 하얀 배를 하늘을 향해 뒤집으며 앞발을 들어 긋는 흉내를 낸다. 쓰담쓰담 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럼 고양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의 팔에 매달리며 한 번 더 냐아~옹 한다.
어느 날은 아파트 주차라인 통째를 차지하고 따뜻한 시멘트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있는다. 어찌나 평화롭고 한가롭게 보이던지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군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녀석 어떤 날은 차량 앞에서 꼼짝을 앉고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아침 출근시간이 늦을라치면 알아서 비켜 주었으면 좋겠지만 아예 몸을 동그랗게 말고 고개를 가슴에 묻고서는 아예 모르는 척한다.
특히 겨울엔 이런 상황이 많다. 추운 날씨에 햇빛이 비추어 차량 근처가 따뜻해서 그런것 같다. 출퇴근 시간에 이러면 곤란한데도, 그것은 인간들의 사정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만의 행동에 충실한다.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오늘 아침 일이다. 출근을 하려고 자동차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 내 차량이 줄 을지어 서 있었다. 단지 내에서 차량이 정체되는 경우는 저녁시간 주차 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데 의아했다. 그러는 사이 차량들은 점점 길게 늘어섰다
운전자는 클락션을 살짝 울렸다. 무슨 일이지? 예의 그 고양이다. 차량 앞에 배를 깔고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운전자도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클락션을 울렸다. 역시 요지부동이다.
그러는 사이 차량행렬은 더욱 길어졌다. 이럴 때는 고양이를 유인할 수밖에 없다. 아파트 화단 경계 단위에 올라서서 나아옹!! 하고 불렀다. 그래도 이 녀석 꼼짝을 안 한다. 아예 배를 하늘로 향하고 드러눕는다.
차량 앞으로 다가가 안아 올까? 하다가 다시 한번 냐아옹 ~~ 불렀다.
내가 부르는 소리에 신경 쓰인 게 분명하다. 일어나는 자세를 취한다. 그러더니 그대로 다시 눕는다. 변한 것은 고양이가 배의 방향뿐이다. 하늘에서 땅바닥으로. 그런데 이번에 머리를 가슴 안으로 말아 넣는다.
어쩌나... 관심 없다는 듯 가는 흉내를 내며 발거 움을 옮기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고개를 들더니 두리번거린다. 밀당을 하자는 건가, 자리에서 일어나 등짝을 곧추세워 동그랗게 말며 꼬리까지 치켜올린다. 그 자세가 슬로비디오 돌아가는 것처럼 아주 느리게 행동을 한다.
이때다 싶어 냐아옹~ 불랐다. 이번엔 고양이도 냐아옹~~ 하고 답변을 하더니 어슬렁어슬렁 내 곁으로 다가온다. 옆으로 다가와서는 나의 다리에 몸을 기대고 비벼 댄다. " 그래 , 예쁘지!! 예쁘지!! '나아옹 ~~" 조금 기분이 풀린 것인지 바닥에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인다. 거부할 수 없는 친근감에 쓰담!! 쓰담!!
하루에 2번 만나는 냥이에게서 외로움과 고단함 느낀다. 아파트 담 밑에 누군가가 집을 마련해주고 먹이를 가져다 놓는 모양이다. 가끔 들여다보면 먹이는 충분해 보이고, 냥이의 집 또한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냥이에게 부족함이 있는 걸 느낀다.
단지 내에 사람만 나타나면 어슬렁어슬렁 걸어가 비벼대고, 발라당 누워 가지 못하게 막는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냐아옹!! 하면 자기를 부르는 줄 찰떡 같이 알아듣고 나온다.
어떤 날은 온몸이 먼지와 오물 투성이 이다. 눈가에 상처가 있는 날도 있다. 이런 날은 사람을 만나도 시큰둥한다. 먹이를 찾아다닌 걸까? 오늘은 아파트 캣맘들이 어디로 간 걸일까? 그런 날도 먹이통 먹이는 충분하다.
고양이가 언제부터 사람들과 집에서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같이 살지 못하는 길냥이들은 누군가가 먹이를 주고, 잘 곳을 마련해 주어도 외로움과 고단함을 함께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