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동료의 아버님의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들었다. 부고를 듣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듯해 잠시 멈추어서야 했다.
친정부모님은 10년 전에, 시부모님은 작년 어머님이 돌아가셔셔, 양가 부모님이 모두 안 계신다. 어머님은 돌아가시기 전 5년 동안 요양원에 계셨다. 마지막 2년 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면회도 안되었고, 면회를 가더라도 창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만 보고 돌아서야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주 찾아뵙지를 못했다.
그래도 그때는 자주 뵙지는 못해도 어머님이 계시니까 의지가 되고, 든든한 마음이 있었다. 요양원으로부터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제 갈 곳이 없어졌구나. 앞으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나를 걱정하는 나를 보면서,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 곳이 없어진 명절을 처음 맞는 설날... 하루 종일 마음이 허전했다. 아침부터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며 배회를 하다가, 큰방에도 들어가 보고, 작은방에도 들어가 보고, 베란다에 서서 밖을 우두커니 보고 서 있길 반복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 갈 곳이 없구나.... 갈곳만 없어진 것일까.
아니다.
좋은 일, 기쁜 일, 나쁜 일등을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좋으면 좋다, 기쁘면 기쁘다. 나쁘면 나쁘다 맞장구 쳐주며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둘째 아이가 아팠을 때는 어머님 앞에서 펑펑 울었고, 첫아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연락 한 사람도 어머님이었고, 아범이 승진했어요 하며 연락을 드린 곳도 어머님 었고, 저 어디가 아파요,, 하면서 어리광을 부리며 전화를 한 상대도 어머님이었다.
친정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을 때도 시부모님이 계셔서 위안이 되었고 힘이 되었는데, 이젠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고, " 앞으로 어떡하지, 어떡하지"라는 말만 되뇌었다. 자식과 남편이 있는 60살이 된 사람이 혼자라니... 말도 안 되지만 난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동료 아버님의 부고를 듣고 내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감정은 내가 부모님을 잃었을 때의 슬픔, 잃고 난 후 겪었던 상실감을 그 동료가 경험하게 될 것을 알기에 "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고, 동료가 걱정이 되었다.
부모님을 잃는다는 것, 부모님 없는 세상은 슬픔과 상실감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알기에. 장례식장에서 동료를 보니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앉아서 이야기를 듣다가 내가 겪었던 마음의 감정을 찬찬히 들려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하더라도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면 슬프고 힘이 빠진다. 누구의 부모라도 늘 함께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