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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26. 2020

1食 3藥

신변잡기

나이를 먹는다는 걸 절감할 때가 있다.

나는 살면서 내가 탈모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워낙 머리숱이 많은 편이라 나이 들어서  M자 탈모가 올 줄 몰랐다.


탈모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배가 나올 거라고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기에, 뱃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바로 약을 밥처럼 먹는다는 것이다. 어쩔 때는 약으로 배가 부른다고 할까. 한 끼마다 세 가지 정도의 약을 먹는 것 같다. 영양제는 제외하고 비뇨기과, 신경과, 이비인후과의 약을 챙겨 먹는다. 약을 하도 많이 먹다 보니, 얼마 전에는 보험 리모델링을 하러 갔다가 보험을 추가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었다.


오래전에 읽은 [인문의학]이라는 책에서, 건강에 대해 갖는 오해 중 하나는 병이 없는 것을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 보건기구에서 말하는 건강의 개념도 그와 비슷하다. 건강은 단지 육신에 병이 없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내 몸에 병이 있다는 우려가 나를 더 병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병이 없이 건강하게 사는 걸 인간이 바라는 가장 최선의 상태라면, 거기에 다다를 수 없을 때는 마음을 달리 먹는 게 필요하다. 병과의 동거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갖고 있는 병 중 일부는 사라질 것이고, 다른 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 병조차 안고 살아가야 한다. 병에 대한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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