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책 -4-
아주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김한길의 [여자의 남자]라는 책에는 요즘 시대에 우산 쓰는 것에 대해 말한다. 과학이 이만큼 발전하였는데도 우리는 아직 원시적인 우산으로 비를 막아야 한다고. 내 생각에도 몸에서 파장을 일으켜 빗물이 내 몸에 닿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여성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시대가 흘러 세상이 발전하고 변화할수록 여성의 가치나 위상은 높아졌는가를 물어봤을 때, 나의 대답은 "글세, 아니올시다."이다. 오히려 세상은 남성 중심적으로 변화되었고, 그들이 내놓은 담론을 바탕으로 여성의 몸과 정신을 억압한 측면이 크다.
지금은 여성의 가슴도 드러내지 못하고 브라 입는 것까지 터치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의 생식기를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때는 여성의 생식기에 악마를 쫓아내고 적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장례식 날 악마를 쫓기 위해 생식기를 드러내거나, 아니면 전장에 나가 적에게 생식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의식에는 퇴마 의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생식기를 드러내는 행동은 땅을 기름지게 하고 식물이 무성하게 하는 풍요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생식기를 드러내며 그녀들을 외쳤다. "내 성기가 있는 높이까지 무럭무럭 자라거라."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여성들은 집단 성기 노출 의식을 통해 자신들의 성 정체성과 생식기에 대한 자부심을 확인하는 한편 다른 사람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어디에서나 여성의 생식기를 모욕하면 집단적인 성기 노출 의식에 의해 처벌받았다.
여성의 생식기가 풍요를 상징하는 기원은 여러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흔히 여성의 음부를 그리스어 알파벳 델타-역삼각형-로 상징하는데, 흔히 델타 지역이라고 하면 삼각주 같이 땅이 비옥해 농사짓기 좋은 땅을 말한다. 일례로 창세기에서 총리가 된 요셉의 도움으로 이집트에 정착하게 된 야곱 일가가 거주한 땅의 이름이 '고센'인데, 이 지역이 바로 델타 지역이다. 갈라진 강줄기가 만나 땅을 이루는 삼각주 지형이다.
이러한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현빈지문(玄牝之門)'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묘한 존재로 생생불이 한 도를 곡신, 현빈이라 했고 더 나아가 현빈의 문을 천지근(만물의 근원)으로 보았다. 이 곡신은 바로 희랍의 생산과 결혼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에 해당한다 하겠다. 인도에서는 여성의 생식기를 여신의 신성한 현신으로 생각하며 여성의 생식기 모양을 한 자연물 숭배의 대상으로 여긴다. 힌두교에서 가장 중요한 여신인 두르가와 칼리 여신도 생명과 죽음, 창조와 파괴의 힘을 지닌 질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인도들이 천국으로 여기는 잠부 섬도 여성의 생식기 모양을 하고 있다. 산스크리트 어로 여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요니’는 ‘요람’ 혹은 ‘근원’, ‘기원’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여성의 질을 바라보는 동서양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적인 사고를 본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금까지 말한 여성의 생식기에 대한 성스러운 사고는 차츰 사라져 갔다. 대신 의학의 발달은 여성의 생식기를 불완전한 기관. 그래서 항상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처치 대상, 치료 대상으로 바꾸었다. 음핵 포경, 소음순 수술, 이쁜이 수술. 여성의 생식기를 수술하는 종류가 얼마나 많은가. 아직까지 여성 생식기의 성스러움이 남아있다면, 그건 오직 출산 때만 그렇다.
이 책에 담긴 생식기의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 오늘은 여기서 줄이고,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