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여성과 책 06화

The Story Of V-3-, cum2me

여성과 책-5-

by 간서치 N 전기수

2006년 10월 가수 엄정화는 신곡 'cum2me'라는 곡으로 데뷔하려고 했는데, 노출이 심한 무대 의상과 노래 제목 때문에 사회적 반항을 가져왔다.


기사에 따르면,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와 함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것은 그날 선보인 신곡의 제목. '컴투미'(Cum2me)의 영문 표기에 사용된 'Cum'은 속어로 '사정하다', '오르가슴에 달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성에 대해,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해 공부하면 뜻밖의 것에 놀랄 때가 있다. 영어에서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적확한 단어가 없다.


'cum'이 성행위를 뜻하는 속어라면, 'pussy'나 'cunt'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다. 이와 같은 속어로 사물을 지칭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랑들이 생식기를 정확한 용어로 부르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 'cunt'라는 단어는 오늘날까지도 영어권에서는 가장 금기시되는 단어이며, 가장 모욕적인 단어로 취급받고 있다. 영단어 cunt는 라틴어 cunnus에서 나왔는데, 역삼각형 모양의 중앙에는 선이 그어진 모습을 형상화한 단어로 금기시된 단어는 아니었다. 이 여성 성기의 음렬을 형상화하는 단어는 영어권에서는 cameltoe'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성의 생식기를 지칭하는 전문화된 명칭이 없다는 것은 많을 것을 시사해 준다. 여성의 생식기의 중요도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증거요, 이름을 지어줄 수고조차 하기 싫다는 것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 외국물을 먹고 온 친구는 내게 웃으면서 말했다. 길을 가다가 "야 '벌봐(vulvar)!'라고 외쳐봐 그러면 외국인들이 쳐다볼 거다." 한국인들은 벌(bee)을 보라는 말로 들리겠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외음부(vulvar)를 보라는 말로 들릴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접힌 문'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이 vulvar라는 단어도 여성의 생식기를 통칭하는 단어일 뿐이다.


여성 생식기 훼손을 뜻하는 Female Genital Mutilation에서의 genital이라는 용어는 여성의 질이 아이를 낳는 기관인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고 환희와 쾌감을 느끼는 기관이라는 것을 무시한 처사라고 캐서린 블랙래지는 말했다.


여성의 질을 뜻하는 '버자이너(vagina)'는 라틴어가 기원으로, 원래 칼을 넣어 두던 칼집을 뜻하는 단어였다. 여기에는 남성의 성기를 감싸는 기능을 감안한 남성적인 사고가 담겨 있다.


자궁을 뜻하는 uterus라는 말은 라틴어로 배를 뜻하는 venter에서 왔는데, 벤테르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쓰이는 말이었다고 하니, 이 단어에도 여성의 몸을 대하는 남성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는 우리는 어떤가. 성기를 대하는 한국인의 사고를 꼬집어 도올 김용옥 교수님은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남자의 성기 ․ 여자의 성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매우 단순하고 아름다운 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도덕적 타부라는 고상한 이유로 고상한 자들의 언어에서 지속적으로 회피되고 있는데 그 말은 “자지”와 “보지”라는 것이다. 자지와 보지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어떠한 표현에도 양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가지며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의미의 면적을 가진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보지 ․ 자지는 양보할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하나의 약속의 체계일 뿐이며 음사(淫辭)가 아니다……어느 단어에도 양보할 수 없는 순수 우리말인 “씹”이란 말이 “성교”와 동일한 의미를 전달하면서도 그렇게도 저주의 대상이 되는 욕설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존재 속에서 사회적 금기(social taboo)가 소외(Entfremdung)화 되었다는 매우 중요한 의식적 사실을 의미한다. 즉 우리가 좋아하면서도 또 우리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규약에 의하여 싫어하고 떼어놓아야 할 것으로 우리의 존재로부터 소외시키는 과정이 우리의 의식 속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學의 방법론 입문 1』 에서 저자 헬무트 자이퍼트가 주장하는 내용도 김용옥 교수님의 주장과 흡사하다. 굳이 우리말 단어가 있는데, 굳이 한문이나 학명 같은 걸로 은유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인 김춘수 님의 시 [꽃]이 말하는 것과 같이, 이름을 불러줘야 하다면, 보다 적절하고 정확한 단어를 가지고 불러줄 필요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적확한 단어가 없다는 현실이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 던지는 숙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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