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을 잃었던 애플사, 그리고 브렉시트

관을 짜라-3-

by 간서치 N 전기수

갈 길을 잃었던 애플사, 그리고 브렉시트

잡스가 있는 애플은 “유토피아”였는지 몰라도, 잡스가 없는 애플은 “디스토피아”일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역설적이게도 다윗(애플)이 물맷돌(매킨토시)을 가지고 골리앗(IBM)을 향해 던진 해가 1984년이었다. 그때의 광고 모티브가 디스토피아 소설인 조지 오웰의 『1984』이었다. 30년이 지난 2014년에는 자리가 바뀔 수도 있다. 이제는 골리앗이 애플이었다면, 다윗은 삼성일 수도 있고, 다른 샤오미나 화훼이 같은 중국 기업일 수도 있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용어에 해당하는 말 중에 역치(閾値)라는 말이 있다. 사전을 보면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를 나타내는 수치. 보통 에너지로 나타낸다.”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는 한 가지 자극에 익숙해지면 더는 같은 강도의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보다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애플이 주는 혁신의 강도도 역치에 따라 점차 강도를 더해 가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그래서 혁신과 창조가 힘든 것이다.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 있는 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도 예외가 없다. 2008년 지속할 줄 알았던 세계화 속의 풍요의 시대는 가고 그 역기능인 금융위기가 왔다. 인류에게 풍요와 편리함을 가져다준 문명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범지구적으로 새로운 세계관과 생활양식이 모색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금 불안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내가 두려워하는 그것이 내게 임하고 내가 무서워하는 그것이 내 몸에 미쳤구나” 욥기 3장 25절에 나오는 탄식이 유럽 연합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흘러나왔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의 말대로, 금융의 민주화 덕분에 과거 소수의 은행가들만 쥐고 있던 국가채무가 많은 은행가들이 많은 나라들의 국가채무를 소유한 세계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개개인이 그 채무들을 소유한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세계가 동조화 된 까닭이다. 프리드먼은 또한 이런 금융의 민주화는 세계화를 총체적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리스크임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예견했었다.


그런 예견이 전 세계에 들어맞았다. 유럽 공동체는 그리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스페인(일명 PIGS)의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화(禍)의 도미노“가 시작되었다. 거기에 더해 영국은 유럽 연합에서 탈퇴하는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그러나 탈퇴하는 과정에서 길을 못 찾아 헤매는 술래가 되어 영국도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고 있다.


김찬호, 『사회를 보는 논리』, 문학과 지성사, 2001

이전 02화know-how, know-why, know-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