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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N 전기수 Jun 02. 2021

나의 아내 거하라

난 결혼을 잘했지

아내와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 간다. 삼십 대에 싸이월드 내 기독교 모임에서 만나 6년 간 사귀었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결혼했다. 심지어는 결혼식장을 잡아놓고 파혼을 한 적도 있었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는 어느 비 오는 날 집에 가는 길에 주저앉아 비를 맞으며 서럽게 울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난 그런 나쁜 놈이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지금도 지극정성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혼의 강을 건널 뻔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이제 전처럼 오빠한테 잘해주지 않을 거야." 말하는 아내는 지나고 보면 자신이 한 말을 잊고 여전히 내게 잘한다.


연애 시절 내가 아내와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 건 아내의 과거 때문이었다. 단지 이혼을 한 번 했고, 전 남편 사이에서 아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총각이 뭐 대단한 벼슬이라고. 연애 시절 씨름했던 문제가 결혼하고 나서야 고민거리조차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어린 시절 아역배우 시키라는 소리를 듣던  그 아들은 몇 달 뒤면 제대를 한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고 했던가, 아들은 내가 진짜 아빠 같단다. 아내와 나 사이에는 아이가 없지만, 이상하게 나는 아쉬운 게 없다. 꼭 핏줄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내게는 없다.


이제는 아내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다. 그토록 원하는 제주도 살이도 경험케 하고 싶고. 제네시스도 한 번 태워주고 싶다. 그동안 몸과 마음의 상처 많이 줬으니 이제는 그 모든 과오를 감사로 보답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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